[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미국 공장 발표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구체적인 규모와 액수가 나오지 않았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미국 공장 설립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3억8천만달러(4262억원)을 투자해 생활가전 공장을 내년 초까지 설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고용 규모는 약 950명 수준입니다. LG전자는 2019년 1분기까지 미국 테네시주에 2억5천만달러(2802억원)을 투자해 세탁기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고 고용 규모는 약 600명으로 알려졌습니다.

LG전자는 생활가전 공장에 이어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전기차용 배터리팩을 생산하는 전기차 부품 공장도 내년 1분기까지 지을 예정입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반도체 공장에 이은 두 번째 미국 공장을, LG전자는 첫 번째 미국 공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트럼프 압박 통했다 VS 통상적인 기업 활동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통했다는 평가와 통상적인 기업 활동이라는 시선이 엇갈립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땡큐 삼성’이라는 트위터로 인해 당황한적이 있습니다. 확실하게 결정된 것이 없는데도 마치 투자를 결정한 것처럼 인식됨과 동시에 투자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게 됐기 때문입니다. 어찌됐든 이제는 구체적인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말로 ‘땡큐 삼성’을 말해야 합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던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이겼습니다.

러스트벨트지역에서의 지지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큰 역할을 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도 일정 부분 지지자들에게 보담을 해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삼성이나 LG와 같은 해외 기업이 자국에 투자해 일자리를 늘리는 일은 트럼프 입장에서는 상당히 좋은 그림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때문이 아닌 북미시장에서의 확고한 입지 구축을 위한 투자라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 결정된 미국 공장 설립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검토되던 일이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관계자들은 “북미 가전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물류비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북미 공장 건설을 오랫동안 검토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공장 건립 발표 시기가 미묘하게 맞은 것뿐이지 정치적인 압박에 의한 건립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올해 북미 가전시장에서 2분기 기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은 도합 30%이상입니다. 삼성은 1위, LG는 월풀과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두 회사는 북미 가전시장에서 우위 유지와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가전공장 부지 전경 (사진=삼성전자)

트럼프가 바라는 투자...아직까지 안심하긴 일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생활가전 공장과 자동차 부품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해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두 회사에 투자를 압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 더 기다려 봐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 경영상의 판단으로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제조업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국 기업인 애플을 압박해 미국 내 투자를 늘리라고 하는 등 자국기업에게도 강한 메시지를 보내는 트럼프이기에 또 다른 투자 주문을 할 수도 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도 미국에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이는 북미시장 스마트폰 점유율합계 46%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는 한미FTA의 재협상도 강하게 주장합니다. 한미FTA재협상은 현재 진행중인데 협상의 결과에 따라 미국에 공장을 추가로 만들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만약 해외 생산 전자제품 관세에서 혜택을 보지 못한다면 차라리 공장을 미국에 만들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 가전기업 월풀은 끈임없이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 제소 등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FTA관련 협상도 진행 중이고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틈만 날때마다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미국 내 투자를 독려하는 트럼프이기에 우리 가전기업들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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