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 중 첫 번째인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이 우여곡절 끝에 다음달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직 기존 가입자의 소급적용과 위약금 면제 등의 문제가 마무리되진 않았지만, 정부는 일단 요금할인율이 상향되는 날짜로 9월 15일을 낙점했습니다. 만약 통신 3사가 별다른 조치 없이 정부의 행정처분에 따른다면 해당 날짜부터 소비자에게 25% 요금할인을 제공해야 합니다.

당초 이동통신 3사는 10월부터 요금할인 인상안이 시행되길 원했습니다. 변경된 안에 따라 전산을 손봐야하고 직원들에게 교육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시한 날짜는 9월 1일이었으나, 통신 3사의 요구를 일부 반영해 15일로 시행 시기를 늦췄습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말 통신 3사 CEO와 미팅에서 “정부 정책 방향에 동참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등 통신비 인하 논란 속에서 줄곧 낮은 자세를 유지해왔습니다. 소송전으로 치닫는 극단적 상황은 막아보려는 의지입니다. 허나 과기정통부는 요금할인율 인상안에 따를테니 시간을 달라는 통신 3사의 요구를 뒤로 한 채, 9월 내에 시행을 강행했습니다. 통신 3사에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입장 치고는 단호합니다.

정부와 이동통신 3사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정부가 이같은 태도를 취하는 건 다음달 정기국회가 있는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국회법에 따라 매년 9월 국회를 열고 예산안을 심의‧확정하고 법안을 통과시킵니다. 올해 정기국회는 9월 1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11일부터 14일까지 대정부질문, 15일부터 27일까지 상임위원회 활동이 예정돼 있습니다.

9월 중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통신비 인하 대책이 어느 하나라도 성과가 없다면 유영민 장관은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을게 불 보듯 뻔합니다. 또한 야당 측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통신비 인하를 추진한다”고 지적하면 통신 3사의 논리가 힘을 받게 됩니다. 과기정통부의 정책 추진 속도는 그만큼 더뎌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과기정통부의 요금할인율 인상 9월 시행은 이 모든 계산이 깔려있는 셈입니다.

정부와 이동통신 3사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습니다. 삼성과 LG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과 V30의 국내 출시 일정이 공교롭게도 9월 15일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공시지원금이 낮아 요금할인을 받는 것이 유리합니다. 아직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상의 지원금 상한제가 일몰되기 전이라, 이번에도 소비자들은 공시지원금 대신 선택약정 요금할인 제도를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요금할인은 통신 3사가 자사의 통신요금을 감면해주는 ‘독박’인 반면 반면 공시지원금은 제조사와 통신사가 함께 부담합니다. 요금할인율 상승으로 선택약정 요금할인 제도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몰리면 제조사는 그만큼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삼성과 LG가 정책적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이는 바다 건너 애플에게도 희소식입니다. 9월 15일, 통신 시장의 희비는 이렇게 엇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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