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문재인 정부의 주요 대선 공약의 하나인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이 최근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으로 귀결되는 모습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통신비 인하 공약은 대표적인 서민정책으로 거론돼 왔습니다. 다분히 민간기업을 쥐어짜서 생색을 내는 포퓰리즘이 그 기저에 깔려있습니다. 이번에도 해당 산업까지 보듬는 합리적이고 원활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통신비 인하를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정책은 시장논리에 따르고 건전한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제4이동통신이 그 해답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4이통 이슈는 이미 수면 아래로 내려간 지 오래됐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제4이통에 대해 긍정적인 언급을 하는 등 다시 한번 빛을 보고 있습니다. 물론 통신비 인하 논란 중에 일시적으로 부각된 이슈로 끝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또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과기정통부는 지난 6월,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 허가제를 등록제로 바뀐다고 발표했지만, 제4이통 설립을 위한 문턱이 낮아졌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통신비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위적인 규제보다는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시장이 발전될 뿐 만 아니라 효과도 큽니다.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였지만 그 결과가 국민들에 기대에 못 미치고, 기업들의 반발도 크게 나오는 것은 경쟁 활성화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제4이동통신을 다시 한번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알뜰폰이 많이 성장하긴 했지만, 이통3사를 견제하고 전체 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취재 때문에 만난 한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인위적인 규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제4이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제4이통신은 지금의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영원히 추진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왜 지금 아니면 제4이동통신 추진이 불가능한 것일까요?

사진=픽사베이

5G 상용화 앞두고 있는 상황...제4이통 출범 '마지막 기회'

이르면 2018년 하반기 5G 주파수 경매가 시작되고, 2019년 5G 상용화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5G가 이동통신3사를 통해 상용화되면 그 이후, 어느 기업이 제4이동통신을 추진해도 주파수 할당이나 망 투자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결국 제4이통 추진의 마지막 기회는 지금입니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제4이동통신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2조원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생각은 다릅니다. LTE의 경우 알뜰폰처럼 MVNO 방식으로 망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5G의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주파수 경매나 전파 사용료 등에 많은 혜택을 준다면 1조원 안팎의 금액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통신업은 에비타(EBITDA,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이 1년에 11조가 넘는 매력적인 사업입니다. 현금 유동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기업이나 그룹 입장에서 반드시 하고 싶어하는 사업이 통신업입니다. 만약 정부가 확실하게 의지를 보여주고 많은 혜택을 준다면 자율주행차를 준비하는 현대자동차나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는 CJ헬로비전 등이 제4이동통신 추진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예상입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커넥티드카, 지율주행차를 적극적으로 준비하는데 통신업까지 할 경우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5G에서는 통신 인프라가 중요한데 현대차 입장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있어도 이통3사에게 주도권을 뺏길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의지만 있으면 현대차 같은 대기업이 충분히 제4이통에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제4이통을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출범해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를 거둔 바 있습니다. 모든 사업은 경쟁이 활성화돼야 하고 이를 통해 통신 품질 확보와 통신비 인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사실상 제4이통 추진의 마지막 기회가 지금이라면, 정부는 일방통행식 정책 압박 대신 제4이통 추진과 같은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정책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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