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7시방향 정찰 왜 안했어” “입구 입구 입구” 12일 서울 잠실에 위치한 한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즐기는 사람들 입에서는 큰 소리가 나왔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15일 정식 발매를 앞두고 있지만 한국에서만 PC방 전용으로 먼저 출시됐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블리자드에서 1998년에 발매된 스타크래프트를 개선한 버전으로 그래픽, 한국어 음성지원 등을 빼면 모든 것이 원작과 동일한 게임이다. 기자가 직접 서울 시내 몇 군데 PC방을 둘러본 결과 스타그래프트 리마스터는 주로 3040세대 남성 유저들이 즐기고 있었다. 주로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 혹은 혼자서 게임을 플레이했다.

이들이 근 20년이 지난 게임에 현재까지 열광하는 이유는 ‘추억’이었다. PC방 문화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하는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과거 학창시절을 포함한 젊은날 스타크래프트 플레이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로고 (사진=블리자드)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플레이의 이유로 ‘추억’을 꼽았다. 이씨는 “고등학교때 주말마다 친구들과 함께 집에는 도서관 간다고 말하고 PC방에 가서 스타크래프를 했던 짜릿한 기억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어서 리마스터를 하러 왔다”며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PC방에 와서 리마스터를 해 보니 당시 기억도 나고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서모씨도 “지난달 말 부산 광안리에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경기에서 임요환, 홍진호 등 추억의 프로게이머들을 보면서 다시 스타크래프트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PC방을 찾았다”며 “15일 정식 발매되는 리마스터도 구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별히 놀 것 없는 3040남자들의 해방구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즐기러 온 대다수의 유저들은 ‘추억’을 게임 플레이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추억보다는 딱히 즐길 거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즐길거리를 가져다 줬다는 점도 리마스터 플레이의 이유로 거론됐다.

의료업계에 종사하는 이모(35)씨는 “개인적으로 몸에서 술이 잘 안받아 회식이나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곤욕스러웠는데 술을 조금 먹고 ‘스타 한판 하러 가자’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다”며 “2시간 정도 플레이하고 2천원 남짓 비용을 지불하는 스타크래프트가 오히려 술도 덜 먹게 되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적어 건전한 취미인거 같다”고 말했다.

이재홍 숭실대 문예창작과 교수(게임학회 회장)는 “사실 스타크래프트로 대변되는 PC방 문화는 IMF위기때도 수많은 실직자를 포함한 젊은 세대들에게 보금자리 역할을 해 준 적이 있다”며 “당시의 좋지 않은 기억과 좋은 기억들이 이제는 다 추억이 됐는데 스타크래프트가 다시 한 번 현재 직장인들과 젊은 사람들에게 즐길거리로 작용하고 있는거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15일 정식 발매가 이뤄지면 상당 기간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됐다. 14일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스타크래프트는 PC방 게임순위 6위에 올랐다. 이는 7월 마지막주 8위에서 두 계단 상승한 순위를 8월 중순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인데 업계는 ‘리마스터’가 정식 발매되면 순위 상승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타크래프트는 역사성, 게임성, 유명세 등에서 다른 게임보다 월등하기에 꾸준히 유저들을 모을 것이고 순위 역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리그오브레전드(LOL)와 오버워치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10위권 안에서 상당 기간 공고한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플레이 화면 (사진=블리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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