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후지쯔가 2004년부터 공동 개발한 차세대 유닉스서버 시스템인 ’스팍엔터프라이즈 서버(코드명 APL)’가 발표됐다.

최근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한국후지쯔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스팍 엔터프라이즈 서버’는 속도가 크게 향상된 ’스팍’ 칩을 기반으로 ’솔라리스 10’ 운영체제(OS)하에서 가동되는 유닉스 서버다. 엔트리급부터 하이엔드급까지 총 6종이다.

엔트리 모델은 썬이 개발한 울트라스팍 T1 기반의 T1000과 T2000 모델이며, 미드레인지와 하이엔드 모델은 썬과 후지쯔가 공동 개발한 스팍64 VI기반의 M4000과 M5000, M8000, M9000 등 4종이다.

양사의 설명에 따르면 모든 시스템은 기존의 스팍 기반 서버에 비해 50% 가량 뛰어난 성능을 제공하며, M모델은 메인프레임급으로써 확장성과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다. 두 회사는 이번 제품은 가상화를 통해 높은 시스템 활용 및 성능을 확보하고자 하는 고객을 위한 최적의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스팍 엔터프라이즈’ 서버는 완벽한 하드웨어 파티셔닝 및 도메인 기술 어레이를 제공함으로써 시스템 활용률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소개했다.

양사 판매 전략 두고 신경전

한국썬과 한국후지쯔는 솔라리스의 저변확대와 IBM의 메인프레임과 HP의 수퍼돔을 공략한다는 목표를 내세우면서도 영업전략을 두고서는 신경전을 벌였다. 본사 차원에서는 공동 제품 발표를 했지만 국내에서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제품을 발표할 정도로 초반 신경전이 치열했다.

양사는 서로 제품 개발 배경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이는 핵심부품인 CPU 개발을 자사가 주도했다고 강조함으로써, 향후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후지쯔가 CPU 개발의 주도권을 더욱 강조한 것이 이채롭다. 그만큼 한국후지쯔는 시장점유율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서 비록 같은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는 한국썬일지라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와도 일맥상통한다. 실제 김병원 대표는 "경합은 피할 수 없으며, 3년내 시장점유율에서 썬과 동등한 위치까지 올라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한국썬은 한국후지쯔를 목표로 잡지 않았다. 10%도 안되는 시장을 목표로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유원식 한국썬 사장은 "10%도 안되는 한국후지쯔의 인스톨 베이스를 타깃으로 하느니 그 시간을 다른 시장을 공략하는 것 더 낫다"고 밝혔다. 그만큼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한국후지쯔와의 경쟁보다는 기존 메인프레임 시장인 금융권을 보다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썬은 이에 따라 이번 제품 발표회에서도 제품 소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향후 발표될 스파크 서버의 로드맵과 시장 기회 등을 집중적으로 발표했다.

유원식 사장은 "한국후지쯔에서 할 수 있는 얘기는 후속모델인 주피터까지 밖에는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썬은 2008년 멀티코어 신제품인 락(Rock)과 M시리즈를 시장에 공급하여 열려있는 80%의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로우엔드 ‘맑음’ 하이엔드에서는 미지수

양사의 기존 시장 점유율과 영업 전략을 토대로 볼 때 로우엔드 시장에서 이번 신제품의 시장 진입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로우엔드 서버 시장의 특징은 성능 뿐만 아니라 가격에 따라 시장 주도권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만큼 신제품의 가격대비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우리 홈쇼핑과 다수의 금융권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이 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후지쯔 역시 차별화되고 업그레이드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섰으며, 가격에서도 썬과는 가격면에서 다른 정책을 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어 로우엔드 시장에서 한국HP, 한국IBM, 한국썬, 한국후지쯔 등의 4파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사의 목표에도 불구하고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 시장의 시장진입은 미지수다. 두 업체 모두 이 시장에서는 마이너급 공급업체인데다 한국HP와 한국IBM의 주도권 다툼이 매우 치열한 상황이어서 APL의 성공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그동안 APL 서버 발표를 주시해 온 경쟁업체들은 썬과 후지쯔 양사가 주장하는 50%의 성능 향상이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국HP 관계자는 "실제 벤치마크 테스트를 보면 기존 제품 대비 15%의 성장 밖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같은 성능 향상으로 하이엔드 서버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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