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에 대한 행정처분 사전 통지를 발송한 가운데 9일 오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는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을 이메일로 제출했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9일까지 답변을 요청했기 때문에 마감 시한에 맞춰 이통사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한 것이다. 과기정통부도 이통3사들이 선택약정할인 25% 인상에 대한 의견을 마감일인 9일에 맞춰 낼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3사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이통3사에 찾아가 통신 요금제에 대한 담합 의혹 및 요금제 담합에 대한 현장 조사를 했다.

이통3사는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서 데이터 제공량이나 가격 등이 거의 차이가 없다는 담합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공정위에 이통3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제보를 계속 접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날, 공정위는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방통위도 이통3사가 약정할인 기간이 만료되는 가입자에게 요금약정 할인제도를 제대로 알리고 있는지를 오는 25일까지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정 할인은 통신 서비스를 일정 기간 이용하는 대신 요금의 25~30%를 할인받는 ‘의무약정 할인’과 휴대폰 구입 시 지원금 대신 요금의 20%를 할인받는 ‘선택약정 할인’이 있다. 두 제도 모두 약정할인 기간이 만료되거나 재가입할 경우 가입자의 휴대폰 문자메시지, 요금 청구서 등을 통해 약정 재가입 여부를 알려야 하는데 이를 조사한다는 것이다.

공정위와 방통위까지 나서 이통3사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시작일이 이통사 의견 제출일과 같은 것은 우연일까. 오히려 무언의 협박에 가깝다.

이통3사가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출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상황에서 의견 제출일에 맞춰 두 부처가 조사를 실시한 것은 일종의 경고다. 계속 반대하면 국세청 조사와 검찰 조사가 나중에는 진행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이통3사 중 한 관계자는 “정부 의도대로 정책을 진행하려면 통신사에게 의견을 왜 받는지 모르겠다”며 “이통사 담합보다는 정부 세 부처가 합심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통3사가 반대 의견을 제출했지만 이르면 16일 경,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본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이통3사의 반대 의견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경고를 내린 것일까.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이라는 행정처분이 내려질 때 이통3사가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밖에 없다. 이 소송이 접수되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최소 1년 이상, 보통 몇 년은 걸리게 된다. 결과와 상관없이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은 차질을 빚게 된다. 즉, 정부의 메시지는 소송을 제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에는 절차와 의견 수렴, 그리고 반론 제기 등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무언의 압박과 경고를 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은 유감이다. 대선 공약을 실시하기 위해 절차를 무시하고, 반론의 기회마저 뺏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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