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이동통신 3사가 지난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표출됐다. 이러한 가운데 가계통신비 인하의 첨병인 알뜰폰 망도매대가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가뜩이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서 뒷전으로 밀린 알뜰폰 시장에 있어서 좋은 소식은 아니다. 정부는 대표적인 서민 정책 공약인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이통사를 압박하면서도, 정작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는 알뜰폰을 소홀히 하는 자가당착에 빠진 모양새다.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과기정통부와 망임대제공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과의 협상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법적으로 망도매대가에 대한 협상에는 나서야 하지만, 반드시 망도매대가 인하나 RS(LTE 요금제 수익배분 방식) 비율 조정에 대한 의무는 없다.

특히 LTE 요금제에 대한 알뜰폰과 이통사의 수익배분 방식인 RS비율의 경우,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알뜰폰이 수익을 가져가는 비율을 10%포인트 더 높이려고 계획했지만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아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6월 국정기획위는 통신비 인하로 인한 알뜰폰 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위해 망도매대가 인하(종량제 기준)와 RS 비율을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어 원래 예정돼있던 8월 중순 경 망도매대가나 RS비율에 대한 결과 발표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내용이 연내에 발표될 경우, 올해 망 사용에 대한 망도매대가가 소급 적용되기 때문에 알뜰폰 업계는 시기보다는 협상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작년의 경우 망도매대가가 10%이상 낮아졌고, 계속 인하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올해도 소폭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RS비율 조정을 할 경우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고, 또 의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결과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현재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이나 보편요금제 도입,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 등 통신비 인하에 대한 압박을 정부로부터 받고 있다.

이통사는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알뜰폰 업체들을 위해 자신의 수익을 포기하는 내용으로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 만들어 진 것이다. 망임대제공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만약 망도매대가를 인하하고 RS비율을 조정할 경우, KT나 LG유플러스도 이 기준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이통3사 모두에게 반갑지 않은 일이다.

알뜰폰 업체들은 서둘러 협상을 진행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가지고 협상에 나서 좋은 조건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안에만 발표된다면 망도매대가나 RS비율에 대한 소급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말에 발표되더라도 8월에 발표된 것과 대비해 손해가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협상 내용이 중요하지,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8월 발표는 힘들고, 늦어도 10월 안에는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통신비 인하로 인해 SK텔레콤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기 힘든 상황에서 좀 더 시간을 가지고 협상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비가 인하되고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알뜰폰 업체들이 지금보다 상황이 안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망도매대가나 RS비율 조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와 절차에 따라 협상에 나서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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