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찬길 기자] LG화학이 독일 폴크스바겐 MEB(아래 키워드 참조) 플랫폼용 배터리로 ‘니켈⋅코발트⋅망간(NCM) 811’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NCM 811은 LG화학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공급한 ‘NCM 622’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서 가격은 저렴한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규격이다.

MEB 플랫폼 납품 원가를 맞추기 위해 LG화학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진은 폴크스바겐 MEB 플랫폼.(사진=폴크스바겐)

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폴크스바겐 MEB 플랫폼에 들어갈 배터리의 소재 구성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배터리 개발 엔지니어와 구매팀이 ‘MEB 원가혁신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CM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을 특정 비율로 섞어 만든다. 니켈 비중이 높아질수록 에너지 밀도는 높아지지만, 배터리 안정성은 떨어진다. 폭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반대로 니켈 함량을 떨어뜨리면 배터리 안정성은 높아지지만, 에너지 밀도가 떨어진다. LG화학은 그동안 GM에 볼트(Bolt)용 배터리로 니켈⋅코발트⋅망간을 ‘6:2:2’로 섞은 NCM 622를 공급해왔다. 폴크스바겐에는 이 소재들은 ‘8:1:1’로 혼합한 NCM 811을 공급하기 위해 연구개발 중이다.

MEB 플랫폼에 들어갈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무게 기준 1kg당 300Wh 또는 부피 기준 1L당 700Wh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존 NCM 622 규격으로는 MEB 플랫폼이 원하는 에너지밀도 수준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NCM 622 배터리로 MEB가 원하는 1L당 700Wh 수준을 맞추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이 정도 에너지밀도는 NCM 811로도 바로 구현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밀도는 공급단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LG화학은 MEB 플랫폼 개발계약 입찰 당시 1kWh당 80달러 내외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LG화학이 GM에 공급 중인 볼트 향(向) 배터리 셀 가격은 현재 1kWh당 145달러다.

NCM 811 배터리 양산이 진행되고, 수율이 같다고 가정하면 NCM 811 소재가격은 NCM 622보다 저렴하다. 가장 가격이 비싼 소재인 코발트 사용량이 반으로 줄기 때문이다. 8월 3일 기준 국제 코발트 가격은 1톤당 6만5257달러다.

문제는 안정성이다. 니켈 함량이 높아질수록 폭발 위험성이 커지는 탓에 자동차용 배터리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위험성이 높다. LG화학은 우선 소형 원통형 배터리에 NCM 811을 적용해 생산하고, 향후 사이즈를 키워 자동차용으로 공급한다는 목표다.

원통형 배터리는 크기가 작아 양극 활물질이 적게 들어가고 원통형 캔으로 단단하게 내부 소재들을 잡아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LG화학은 이 원통형 배터리 셀을 최근 중국 샤오미에 보조배터리용으로 판매 중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LG화학은 아직까지는 NCM 622 채택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며 “MEB 플랫폼이 워낙 납품 물량이 많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LG화학이 가격적인 면을 감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이와 관련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MEB(Modular Electric Drive Kit)=폴크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 위에 서로 다른 차체를 덮어 여러 모델의 차량을 만들 수 있다. 폴크스바겐은 MEB 플랫폼을 공유하는 차량을 총 640만대 생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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