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한국시간 1일 오후 9시 20분, 중국의 대형 비트코인 채굴장을 중심으로 빅코어(비트코인 개발자 측)의 세그윗에 반발해 UAHF(참여자의 지지 없이 강제적으로 진행되는 하드포크)가 진행됐다. 그 결과 기존 비트코인에서 파생된 비트코인캐시(BCH)가 등장했다.비트코인캐시는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BCC로 표기해왔으나 이번에 정식 출범을 계기로 BCH로 부르기 시작했다.

BCH을 인정하기로 결정한 글로벌 거래소들은 BCH 출범 직전, 즉 1일 오후 9시 20분을 기점으로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의 개수만큼 동일한 수의 BCH를 지급할 계획이다. 국내의 경우 일찌감치 빗썸이 BCH를 인정하기로 결정, 빗썸을 이용중인 비트코인 투자자의 경우 오는 3일 BCH가 정식으로 상장되는대로 BCH 지갑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BCH는 지난달 23일 가상화폐 선물 시장에 첫 등장한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유지했지만, 1일 하드포크가 진행되며 본격적인 BCH 출범과 동시에 34.64% 급등하며 오후 11시를 기점으로 379.49달러(한화 약 42만6000원)를 유지 중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1일 오전 9시 UASF(참여자의 지지 없이 강제적으로 진행되는 소프트포크) 이후 340만원선까지 급등했다가 오후 11시에는 315만원선까지 밀려난 상태다.

UASF를 앞두고 큰 폭으로 상승했던 비트코인이 UAHF로 인해 급락했다.(자료=코인원)

국내외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BCH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가상화폐의 경우 기술적인 가치가 최우선 순위로 기존에 비해 얼마나 발전시켰냐가 중요하지만, BCH의 경우 기술적으로 진보된 부분이 없다는 평이다. 즉 기술적인 진보를 이루지 못한 가상화폐는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고 결국 가상화폐 시장에서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BCH는 빅코어와 채굴업자간 주도권 싸움의 결과

이번 세그윗, UASF, UAHF 등을 통해 BCH가 비트코인에서 파생돼 나오게 된 표면상의 이유는 비트코인의 거래량 증가로 1MB에 불과한 초기 블록 사이즈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마련한 방안에 대한 의견 충돌 때문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내부 원인을 살펴보면 사실상 비트코인 개발자 측과 대형 채굴업자들간 주도권 싸움으로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원희 코인원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비트코인의 경우 나온지가 약 10년이 되면서 사실상 기술적으로는 상당히 뒤떨어진 수준"이라며 "비트코인은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가상화폐의 첫 시작을 장식했다는 점과 현재 가상화폐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BCH는 비트코인에 블록 사이즈를 늘리는 등 기능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술적으로는 비트코인과 크게 다를바 없다"라며 "이더리움, 리플 등과 비교했을때 BCH는 기술적 가치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BCH가 발생한 표면상의 원인인 기존 비트코인의 블록 사이즈의 한계로 거래 내역 처리가 느려지며, 채굴은 됐으나 노드에 등록되지 못해 대기 중인 코인이 다수 존재한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들은 암호를 푼 후 결과값을 네트워크 참여자와 공유하게 된다. 이중 51% 이상의 참여자가 해당 거래 내역을 공유하게 되면 노드에 등록되게 되고 비로소 채굴에 따른 보상(12.5비트코인)을 얻게 된다.

중국을 기반으로 한 대형 채굴업자들은 빅코어가 주도하는 비트코인 개선안에 반발해 자신들의 대규모 채굴 해시파워를 바탕으로 기존 비트코인과 다른 독자 노선을 선언했고, 그것이 바로 BCH다.

BCH 낙관과 비관 전망 공존

 BCH는 비트코인에 기반한 파생코인이라는 점과 기존 비트코인을 채굴하며 네트워크를 유지시켜 온 대규모 채굴장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지난달 23일 선물 시장에 등록된 이후 300달러(한화 약 33만7000원)~400달러(한화 약 45만원)를 줄곧 유지해 왔다. 이는 1BCH 당 0.14217500BTC(비트코인)으로 비트코인 가격의 약 14%를 기록 중이다. 하드포크로 인해 파생된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클래식의 경우 가격차가 약 7%라는 점을 봤을때 BCH가 기대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난달 23일 등록된 BCH 선물 가격. 1일 UAHF 이후 380달러까지 상승했다.(자료=코인마켓캡)

채굴업자 측에서는 BCH의 미래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다. 특히 실질적으로 BCH 출범을 주도한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는 비트코인보다 BCH의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하며, 최소한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클래식의 경우처럼 비트코인의 일정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빅코어 측에서는 비트코인과 기술적 차이도 거의 없는 또다른 가상화폐가 등장하고, 이로 인한 리플레이 어택 등 사이버공격이 이어질 수 있어 가상화폐 전체의 신뢰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에서 BCH가 분할된 것과 비슷해 기존 비트코인의 가격이 BCH 가치만큼 하락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신원희 COO는 "코인원은 기술적 가치가 부족한 BCH에 대해서 상장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결국 BCH에 대한 가상화폐 거래소와 참여자가 사라진다면 BCH는 그대로 사장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글로벌 가상화폐 상황을 지켜 본 후 BCH가 안정적으로 거래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추후 코인원도 BCH를 상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물론 BCH가 비트코인과 기술적으로 차이점이 거의 없는 상태로 지금 당장 BCH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은 이미 구축을 해둔 상태"라고 귀뜸했다.

BCH가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관적인 이유로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폴로닉스와 GDAX 등이 BCH 지원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점이 크다. 또한 BCH 선물 시장을 개설한 비아BTC는 최근 공지를 통해 "8월 15일 0시(UCT, 세계협정시) 이후 비트코인ABC가 끊기게 된다면 더이상 BCH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ABC는 BCH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노드로 해당 노드가 끊기게 된다면 BCH는 더이상 네트워크 참여자에게 거래내역이 공유되지 못하고 시스템이 멈추게 된다.

신원희 COO는 "이번 BCH의 경우 기술적으로 뒤쳐진 가상화폐가 특정 목적을 갖고 시장에 등장한 것"이라며 "기술적 가치가 없는 가상화폐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인정받게 되면, 추후 이와 유사한 가치 없는 가상화폐들의 난립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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