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이제는 추억속의 이름처럼 들리는 IBM PC, 기업 단위의 온프레미스 서버의 대명사이자 대규모 전산시스템의 필수품으로 인정 받았던 '메인프레임'까지 IBM은 100여년에 달하는 PC와 IT 분야에서 항상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지난 2006년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들고나온 클라우드는 글로벌 전역의 IT 환경에 일대 큰 변화를 가져왔고, 현재는 4차산업혁명의 물결과 함께 더이상 메인프레임이 아닌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이 필수로 꼽히게 됐다.

IBM은 이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클라우드 시대에 있어서 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에 비해서 뒤쳐진 모습이다. 기존 핵심 수익원이었던 하드웨어 비즈니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한 탓에 클라우드로의 변화를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와중에, 이제는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중심의 내부 사업 개편을 통해 IBM의 새로운 클라우드 서비스 '블루믹스'와 인공지능(AI) 왓슨을 접목해 또다시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리더가 되기 위한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IBM이 기존 하드웨어 비즈니스에서 클라우드와 AI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천공카드와 PC 제조로 시작

IBM은 지난 1911년 '컴퓨팅 스케일 컴퍼니(Computing Scale Company)', '타뷸레이팅 머신 컴퍼니(Tabulating Machine Company)', '인터내셔널 타임 레코딩 컴퍼니(International Time Recording Company)' 등 3개의 기업이 합병해 CTR(Computing Tabulating Recording)가 만들어지면서 시작됐다. 당시 CTR은 천공카드라는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데이터 처리의 최적화된 기술을 통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1924년 당시 CTR의 사장이었던 토머스 J.왓슨이 '생각하라(Think)'는 경영원칙을 제시하며 기존 CTR을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머신(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IBM)으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1947년부터는 IBM이 정식 사명이 되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게 됐다.

초창기 IBM은 천공카드 기술을 바탕으로 PC를 개발했다. 이후 IBM이 PC 규격을 공개하며 수많은 하드웨어 기업들이 PC 주변기기를 개발하며 PC 산업의 빠른 확장을 지원했다. IBM 호환 PC라는 말도 바로 여기에서 처음 나왔던 것으로 당시 IBM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IBM은 PC를 시작으로 노트북, 하드디스크, x86서버, 메인프레임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대부분 하드웨어 제조 사업으로 이뤄져 있어, 초기 선점에 따른 빠른 성장은 가능했으나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에 봉착했다.

일례로 PC 시장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IBM은 PS/2라는 새로운 컴퓨터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으나, 기존 PC에 비해 비싸기만 하고 차별점은 없었던 탓에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이처럼 IT 환경에서는 빠른 시장 대응이 필수였지만, IBM은 하드웨어 비즈니스의 대성공으로 인해 아이러니하게 빠른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IBM은 1990년대 이후 기존 하드웨어(HW) 일변도에서 소프트웨어(SW)와 IT 서비스 등으로 분야를 확장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취해왔다. 사내에 리눅스 테크센터를 설립해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하는 동시에 IBM의 대표적인 제품인 메인프레임 IBM 시스템 390을 통해 SW와 HW의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경쟁사에 비해 늦은 클라우드 서비스 시작...계속된 투자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개념 정리와 함께 본격적인 클라우드 서비스가 등장했다. 하지만 IBM은 당시 메인프레임을 필두로 HW 비즈니스가 호황을 이룬 탓에 클라우드로의 전환을 준비하지 못했고, 결국 AWS가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한 이후에나 고개를 돌릴 수 있었다.

IBM의 클라우드 서비스 '블루믹스'

지난 2013년 당시 20억달러를 투자해 퍼블릭 클라우드 업체 '소프트레이어'를 인수하면서 IBM의 클라우드 서비스 이름이 소프트레이어로 알려지게 됐다. 이후, 지난해 소프트레이어를 블루믹스로 이름을 변경하며 현재 IBM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블루믹스로 불린다. 

IBM은 대용량 데이터 전송을 위한 '아스페라', 오픈스택 기반 프라이빗 클라우드 제공을 위한 '블루박스',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DB) '컴포즈' 등을 비롯해 '클레버세이프', '유스트림', '블루울프'에 이르는 다양한 클라우드 관련 기업들을 인수하며 클라우드 중심의 비지니스 구축을 이뤄내고 있다.

버지니아 로메티 IBM 회장은 지난 2014년 주주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인지컴퓨팅과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의 연계 등이 IBM의 새로운 모습"이라며 "새로운 IBM을 만들어 나갈 기회와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단지 사업에서의 성공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고객과 세계를 위한 기초적인 제도를 만드는 것이 IBM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내세우며 클라우드 중심의 내부 개편을 서둘렀다.

특히 IBM은 기존의 메인프레임을 위시한 온프레미스 IT 비즈니스 모델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인프라 사업 전략을 전사적으로 수정했다. 하드웨어 중심의 인프라 모델을 서비스형 인프라(IaaS) 중심으로 바꾼 것이다.

이후 IBM은 PC와 노트북을 레노버에, 하드디스크 부문을 히타치에, 프린터 부문을 리코에 각각 매각하며 메인프레임과 스토리지를 제외한 기존 HW 비즈니스를 정리하며 클라우드 시대를 대비해 나가고 있다.

IBM 클라우드 서비스의 현 위치, AWS에서는 뒤쳐지지만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자료=시너지리서치그룹)

물론 IBM의 이같은 변화는 아직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최근 발표된 2분기 실적발표에서 IBM은 매출 192억9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4.7%가 하락, 21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긍정적인 것은 기존 HW 비즈니스의 개편에 따른 매출하락으로, IBM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인공지능(AI)에 대한 집중 투자를 바탕으로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IBM의 클라우드 서비스 블루믹스는 2분기 매출액이 15% 상승하며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한국IBM의 경우에도 최근 4년만에 한국인 대표 체제로 진용을 새로 구축하며 매출 1조 돌파에 최우선 목표로 삼은 상태다. 물론 그 중심에는 블루믹스와 AI 왓슨이 있다.

한국IBM 관계자는 "클라우드는 IBM의 모든 서비스 및 솔루션의 기본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고객에게 한층 발전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라며 "올 2분기 실적에서도 IBM 클라우드가 전년 대비 15%의 매출 증대를 기록한 만큼 IBM은 전사적인 차원에서 클라우드 비즈니스에 집중 투자하고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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