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용 스마트팩토리시스템즈 대표

지난 11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사흘간 열린 ‘세미콘웨스트(Semicon West)’를 참관하며 전과 다른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 행사를 20년 넘게 거의 매년 참관하다 지난 한 해를 건너 뛰고 금년에 다시 가게 되었는데 큰 변화에 머리가 울렸다.

우선 전에 비해 규모가 대폭 줄어든 것에 놀랐다. 반면 전시에 참여한 한국 기업 수는 유독 증가했다는 점은 의외였다. 한국의 메모리사업 초활황에 기대 한국의 반도체 관련 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고, 또 그들이 도약하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사업 확장이나 신규 시장 진입의 절호의 기회가 올해인 것 같다.

또 다른 변화는 이제는 전시장에 대형 장비를 직접 볼 수 있도록 전시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최소의 비용을 들여 존재감을 보여주는 정도의 목적으로 참관하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증거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추세는 향후 세미콘이 어떤 방향으로 변할까 하는 궁금증도 갖게 해 주었다.

기조강연에 대해 전해 듣기로는 테츠로히가시 도쿄일렉트론 회장, 토마스콜필드 글로벌파운드리 부사장이 반도체의 역사를 개관하는 내용 외에 별로 새로운 사실을 전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평이 좋았다. 왜 옛날 이야기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을까? 답은 참관 인력의 대다수가 나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데서 찾아 볼 수 있었다. 과거의 영화가 그리운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라해진 전시장에 비해 기술 강좌(Technical Session)는 전과 같이 활기 속에 진행되고 있었다. 세미콘이 이제는 전시보다는 세미나가 중심이 되어 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사실 예전부터 전시 품목보다는 세미나 주제가 반도체 업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척도로 이용되어 왔다.

80개가 넘는 세미나 주제를 통해 몇 가지 새로운 시사점이 보였다. ‘Scale down’이라 부르는 반도체 공정 미세화는 이젠 별로 논의와 관심이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미세화의 벽에 다다르고 있어 별로 할 것이 많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았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특정 업체의 홍보도 그리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실제 제품 생산에 사용하려는 서너 회사 외에는 심각한 이슈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때 450mm 웨이퍼 공정과 장비가 관심사였던 적이 있었지만 이젠 더 이상 주목 받지 못하고 있었다.

평면적인 미세화 공정이 기술적인 한계로 급격히 이점이 감소하게 되며 등장한 핀펫(FinFET) 기술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에 채용된 3D 기술이 반도체 산업에 변곡점을 만들어 주고 있음이 확실해 보였다.

패키징분야는 한 동안 팬아웃웨이퍼 레벨(FOWLP) 이야기가 주조를 이루다 이젠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과 모듈 레벨 패키징 기술이 관심을 끌기 시작하였다. 사물인터넷(IoT) 확산이 패키징 기술에 좌우될 거라는 다소 성급한 주장도 나왔다.

IoT 대한 관심이 무척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사물인터넷 관련 디바이스, 패키지, 통신, 소프트웨어 관련 발표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었다.

또 하나의 흐름은 하드웨어의 퇴조와 소프트웨어의 부상이다. 팹(Fab)의 지속적인 데이터 관리(Data Management)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계속 강조되고 있었다. 테스트 기술도 하드웨어 발전으로는 한계가 있고 빅데이터나 머신러닝을 통한 지평 확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세미콘은 이젠 ‘눈만 뜨고 있어도 배울 것이 있다’는 일반 엔지니어 대상의 행사가 아닌 것 같다. 나름 경험과 통찰력이 있는 전략이나 사업 담당자들이 기술의 변화와 시장의 흐름을 읽고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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