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16세 미만 청소년들에게 0시부터 6시까지 PC온라인 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다시 한 번 게임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발단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게임업계가 주장해온 셧다운제 폐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이었다.

정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셧다운제 폐지에 반대하며 정착 단계인 만큼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셧다운제로 인해 게임산업이 위축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게임협회는 11일 입장자료를 통해 “정 장관의 견해는 게임업계가 지속적으로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한 고민을 전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며 “셧다운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잡는데 크게 일조했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셧다운제 폐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셧다운제가 청소년들 수면권 보장 등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보다는 게임 산업 자체를 위축시키는 족쇄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게임업계는 셧다운제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암암리에 심어 줘 영화나 만화 등 다른 콘텐츠에 비해 과도한 제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로 청소년들이 갑자기 게임을 하지 않거나 하는 것은 통계로도 나와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셧다운제가 시행 5년째를 맞는 현 시점에서 자꾸만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나온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에는 없는 규제로 오히려 PC온라인 게임 개발을 위축시켜 게임 다양성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VC(벤처캐피탈)의 게임 관련 투자가 셧다운제 시행 후 급속도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들은 일정 수준의 자본이 있어서 괜찮겠지만 중소형 게임사들이 외부 투자를 받지 못하는 것은 치명타”라며 “이런 이유에서 자꾸만 진입 장벽이 낮지만 성공확률이 매우 적은 모바일 게임으로 게임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모바일 게임 시장이 커진 것은 맞지만 우리 게임 산업을 현재까지 키운 데에는 리니지, 바람의나라 등과 같은 PC온라인 게임의 역할이 컸는데 최근에는 대작 PC온라인 게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재홍 숭실대 예술창작학부 교수는 “국내 게임산업이 위축되기 시작한 것은 셧다운제관련 논란이 시작되고나서 부터다”라며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여성가족부 장관의 셧다운제 폐지 반대 발언은 게임산업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셧다운제 논란이 재점화됐다. (사진=위키백과)

셧다운제 필요성 인정 목소리도...문체부 “여성가족부와 협의 중”

셧다운제가 게임산업을 위축시킨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셧다운제가 상징적인 제도로 청소년 보호에 일조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성장기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막아 수면권 등을 보장하게끔 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주목하자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애초에 셧다운제 도입 이유가 성장기 청소년에게 게임이 악영향을 줄 수도 있어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였다”며 “현재 게임업계의 셧다운제 폐지 요구를 알고 있고 여성가족부도 부모가 자녀들의 게임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부모선택제 셧다운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만큼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게임업계의 걱정처럼 정부 부처간 엇박자가 나는 상황은 아니고 장기적으로 부모가 가정 내에서 주도적으로 게임이용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방향으로 셧다운제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셧다운제의 전면 폐지보다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셧다운제를 유지하면서 갑자기 게임이 중단되는 강제적 셧다운제 보다는 보다 유연성을 가진 셧다운제로 가자는 것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규정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셧다운제가 있음으로써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게임 이용 습관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고 자녀 입장에서도 일정 부분 스스로 게임 이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실효성 문제를 떠나 규범적인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셧다운제는 전면 폐지보다는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사진=픽사베이)

셧다운제 사회적 논의 필요

전문가들은 셧다운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된 것을 계기로 게임 산업 발전과 청소년 보호를 동시에 생각하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012년부터 시행된 셧다운제를 시행 5년이 지난 만큼 진지하게 논의해 보자는 것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서 게임산업 발전과 청소년 보호 가치의 접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며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보다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도 “사회적으로 게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견들이 많다”며 “이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광 교수는 “셧다운제가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청소년 문제라는 국가적 과제와도 연결이 돼 있는 만큼 보다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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