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가상현실(VR) 게임 제작에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콘텐츠 부족과 HMD(Head Mounted Display)의 높은 가격, 불편함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 언젠가는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소형 게임사부터 대형 게임사까지 VR게임 제작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만한 게임사는 드래곤플라이다. 이 회사는 FPS게임인 ‘스페셜 포스’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IP인 ‘또봇’을 VR게임으로 제작 중이다. 스페셜포스는 HTC 바이브용과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제작 중이다.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도 조만간 스페셜포스VR이 올라갈 예정이다. 드래곤플라이는 VR관련 팀을 광주광역시에 두고 VR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도 VR게임 제작에 뛰어들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월 ‘VR골프온라인’을 HTC바이브와 오큘러스 리프트용으로 스팀에 출시한 바 있다. 현재 공포물인 로이게임즈의 ‘화이트데이’도 플레이스테이션4 VR게임으로 다음달 출시될 예정이다. 로이게임즈는 카카오게임즈의 계열사다.

카카오는 남궁훈 게임사업 총괄 부사장 겸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가 취임한 후 작년부터 VR게임 업체에 투자도 진행 중이다. 플레이스낵(playsnak)과 EVR스튜디오에 카카오성장나눔펀드로 투자가 진행됐다.

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 VR 화면 (사진=드래곤플라이)

왜 VR게임에 집중하나...포화상태 게임시장서 신성장동력

게임사들이 VR게임을 제작하는 이유는 미래 성장 먹거리로 VR게임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점점 줄어드는 온라인 게임과 포화상태에 도달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VR게임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VR시장 규모는 2020년까지 700억달러(80조 535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커지는 VR시장과 함께 VR게임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게임사들의 의지가 VR게임 제작의 배경으로 꼽힌다.

카카오게임즈는 특히 남궁훈 대표이사가 VR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언젠가는 VR게임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을 기반으로 VR게임 개발과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남궁 대표이사는 지난달 13일 음양사 미디어 쇼케이스에 VR게임과 관련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남궁 대표이사는 “과거 PC게임이 모바일 게임으로 옮겨 갔던 과정처럼 모바일도 향후 VR·AR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만나면서 또 다른 성장을 할 수 있을 거 같다”며 “새로운 플랫폼 시대가 오게 되면 어떤 것이 잘 어울릴까 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관계자는 “골프와 같은 정적인 스포츠를 우선 VR게임으로 만들고 화이트데이와 같은 공포물도 VR게임으로 제작하고 있다”며 “회사 내에 VR전담팀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콘텐츠 개발과 투자를 이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드래곤플라이도 회사의 게임개발 역량을 VR에 쏟고 있다. 드래곤플라이 관계자는 “현재는 눈에 띌만한 매출이나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모바일 게임이 스마트폰의 확산과 더불어 한 번에 시장이 확대된 것처럼 VR게임이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다”며 “드래곤플라이는 PC기반이나 콘솔 기반의 고퀄리티의 VR게임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시장에서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게임사들도 현재 알려진 VR게임은 없지만 내부에 팀을 만들어 VR게임 제작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 내부에서도 VR게임 전담팀이 꾸려져 게임 제작 및 투자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언제 VR게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지 타이밍을 조절하는 등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의 VR골프온라인 (사진=유튜브 캡처)

장르 집중화·HMD 한계 극복해야

VR게임 제작에서 난관은 장르의 집중화와 HMD의 높은 가격, 착용상의 불편함이다. 게임으로 제작할 수 있는 장르가 1인칭 슈팅 게임(FPS)과 공포물과 같은 특정 장르에만 치우쳐 있고 고퀄리티의 VR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가격이 비싼 높은 사양의 HMD가 필요하다는 것이 VR게임의 한계로 꼽힌다.

장순열 한국IDC 상무는 “게임을 포함한 VR콘텐츠를 온전히 즐기기에는 아직까지 콘텐츠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HMD의 가격, 착용 편의성 때문에 한계가 많다”며 “조금 더 VR관련 투자나 기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분한 기술이 축적되지 않은 채 VR게임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단지 현재 게임 시장의 포화상태로 준비 없이 VR게임을 시작했다가는 실패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삼하 서강대 MTEC 교수는 “현재 VR게임 제작에 작은 회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데 기술력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채 시장에 진입하는 경우도 있다”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VR게임관련 R&D(연구개발)을 진행해온 회사는 커지는 VR게임 시장에서 빠른 시간 안에 부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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