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이번 주말부터 매주 일요일에 휴대폰 개통 관련 전산 업무가 전면 금지됩니다. 앞으로 일요일에는 기기변경, 번호이동, 신규가입 등이 되지 않으며, 남은 할부금이나 체납 위약금 등을 확인할 수도 없습니다.

일요일 개통은 시장 과열과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라 지난 2011년 6월 중단된 바 있습니다. 이후 일요일 개통 전산이 시장 과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판단, 2015년 3월부터 일요일 개통이 시작됐으나 다시 금지된 것입니다. 주말 시장의 불법보조금 경쟁을 막고 대리점‧판매점 직원들에게도 휴식을 제공한다는 취지입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주도 하에 이동통신 3사와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로 구성된 ‘이동통신시장 상생협의체’에서 최종 결정된 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곳곳에서 잡음이 나옵니다. 정말 합의된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가장 반발이 큰 곳은 서울 신도림, 강변역에 있는 테크노마트에 입점한 판매점들입니다. 테크노마트는 복합 쇼핑몰이라 평일보다 주말에 쇼핑객들이 몰려있습니다. 그만큼 휴대폰을 구경하다가 구매로 이어지는 고객도 많습니다. 집단상가 측은 전체 매출 중 주말 판매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이라고 합니다. 전산이 막히면 매출이 감소해 폐업이 불가피 하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현재 개통 전산이 차단되는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만 해도 매출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줄어든다고 합니다.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내 휴대폰 판매점들

이 외 일선 판매점들도 매출 하락을 우려합니다. 집단상가 만큼 주말 고객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진 않으나 일요일 개통 전산 휴무는 휴대폰 판매 성공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내방한 고객에게 당일 개통이 안된다고 하면 개통 예약을 하는 고객보다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들도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중소 유통점들의 의견에 따르면 일요일 내방 고객 중 주말에 과도한 음주 등으로 휴대폰을 잃어버린 고객이 다수라고 합니다. 급하게 휴대폰을 개통해야하는 이들은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신분증과 기타 서류 등의 개인정보 자료를 판매점에 맡기고 가야 한다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일요일 개통 전산 차단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명목적으로는 시장 과열을 막고 휴대폰 판매점 대리점들의 복지를 위한 조치이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유통점은 없습니다. 통신 시장의 과열 조짐, 불법행위 등을 관리‧감독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인력 부족, 주말 근무 기피 현상 등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한 이동통신사 입장에선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주말은 판매 장려금이 평소보다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통사와 방통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가 이번 개통 전산 휴무 확대라는 것입니다.

여러 의혹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저 추정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신분증 스캐너 도입 당시에도 이동통신사와 판매점 측의 갈등을 볼 수 있었듯이, 통신 시장에 정책적 변화는 늘 불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습니다. 이동통신 시장은 겉으로는 휴대폰이라는 전자기기를 구매하는 단순한 시장처럼 보이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습니다. 모든 참여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없습니다. 다만 새 제도를 도입하거나 기존 제도를 수정할 때 투명성‧일관성에 기반하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