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요즘 ‘4차 산업혁명’ 개념 논쟁으로 시끄럽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에서 의제로 채택한 이후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뜨겁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을 의미하는지 아직 많은 사람들이 수용할 만큼 통일된 의견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독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인 카거만(Kagermann) 독일 공학한림원(Acatech, National Academy of Science and Engineering) 회장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당시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사용한 ‘3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고, 따라서 독일에서는 3차 산업혁명을 ‘자동화’로 다시 정의하고, 사이버 물리 시스템(CPS, Cyber Physical System)을 기반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4차 산업혁명으로 정의했다고 한다.

최근 새로운 현상은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클라우드, 빅데이터, CPS, 인공지능(AI), 3D 프린팅, 드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융합현실(MR), 로봇 및 협동로봇(COBOT), 블록체인 등 다양한 신기술이 조력자(enabler)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제품 제조와 서비스의 거래도 변하고 있다. 개별 소비자가 수용할만한 가격과 품질의 맞춤형 공급∙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독일 ‘인더스트리4.0’은 개인 맞춤형 제품 제조에 집중한다.

아마존, 구글, 애플 아이튠즈, 페이스북에 이어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플랫폼 기반 소매(B2C) 인터넷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GE의 프레딕스(Predix), 지멘스의 마인드스피어(Mindsphere) 등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도 플랫폼 기반의 스마트 서비스가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있다. B2C, B2B 할 것 없이 개별 기업들 간의 경쟁에서 점차 생태계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나아가 새로운 사업 모델에 대한 논의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범주 내에서 확대되고 있다. 기술과 시장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변화를 끌어낸다.

‘인더스트리 4.0’, ‘공유경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4차 산업혁명’ 등 우리가 뭐라고 부르든 이러한 변화는 산업구조, 일자리, 심지어는 국부의 변화를 수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까.

최동석 인사조직연구소장은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현상을 다른 현상과 구별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념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리학자들이 물리현상에 대해 세밀하게 구분해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 개념화하듯이 말이다. 여러 가지 기술들이 나타나서 전체를 조망하지 못하는 바람에 새로운 현상에 대한 개념적 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사조직론의 관점으로 국한시켜 보면 새로운 기술들이 일으키는 현상은 분권화(decentralization), 자율성(autonomy), 네트워킹(networking)이라는 강력한 조직사회학적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계층조직의 상층부가 독차지하던 권력의 중앙집중화 현상을 해체시킨다. 이 점만으로도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자율성과 네트워킹도 이전의 개념과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피터 드러커가 말했듯 기술(technology)은 개념체계의 결과일 뿐이다. CPS 기반의 개별맞춤형 제조 및 서비스, 블록체인 기반의 개별맞춤형 거래 등으로 기술이 제조업의 생산방식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인 삶의 양태를 바꾸고 있다면 인류에게 새로운 개념적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WEF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특징으로 네 가지를 든다. r변화의 속도, 깊이, 폭이 다르다. r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이노베이션이 함께 나타난다. r하나가 바뀌면 전체가 바뀌는 시스템 혁명이다. r우리 자체를 바꾼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AI학자 스튜어트 러셀(Stuart Russell)은 1∙2∙3차 산업혁명은 육체노동을 대체했으나 4차는 정신노동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한다.

박창규 섬유공학과 교수는 고객의 의도(Context)를 반영하느냐의 여부를 가지고 3차와 4차를 구분하자고 주장한다.

상기한 주장들 이외에도 현재 나타나고 현상에 대해 다양한 설명과 해석이 있을 수 있다. 만일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4차 산업혁명이라면, 그리고 예전의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면 우리는 지금 그 변화의 초입에 서있는 것이며 우리에게 여러 기회가 열려있는 것이다.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시작됐지만 실제 산업화는 독일에서 꽃을 피운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초고속망 사업 추진 시 좋은 경험을 했다. 미국이 ‘정보 고속도로(Information Superhighway)’ 추진을 외칠 때 우리는 미국보다 더 공격적으로 투자해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와 전자정부를 구현했다.

현재 서비스는 미국에서, 제조는 독일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많은 것이 실험 단계에 있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번의 변화가 정착하기까지, 즉 승자가 결정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유는 거래비용의 변화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승자독식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명칭을 어떻게 부르건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붙잡을 시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예전과 다르게 타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나 정책을 그대로 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공유경제가 벤처 투자 기반으로 시장의 논리에 따라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인다. 독일 ‘인더스트리4.0’은 독일의 역량을 기반으로 수립되고 추진되기 때문에 복제하기 쉽지 않다. 우리도 우리의 환경과 역량을 기반으로 우리만의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하고, 이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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