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인공지능(AI)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머신러닝, 딥러닝과 같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빅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구비돼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보다 빠른 속도로, 전력을 많이 소비하지 않으면서 처리하는 칩이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인공지능 구현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하드웨어는 GPU(Graphics Processing Unit)이다. CPU에 비해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더 많기 때문이다. CPU가 순차적인 명령이나 알고리즘을 따라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직렬방식’인데 비해 GPU는 CPU에 비해 탑재되는 코어의 수가 많아 빅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병렬방식’이다.

이런 이유에서 GPU는 많은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그래픽 작업에 맞게 설계되고 발전해 왔다. GPU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회사는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그래픽 카드의 기능이 중요시되는 고사양의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사이에서는 익숙한 회사다.

엔비디아 테슬라 V100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의 대표적인 GPU는 아키텍처 볼타(Volta)기반의 ‘테슬라 V100’이다. 이 제품은 5120개의 쿠다(CUDA)코어가 탑재됐고 삼성전자의 2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이 적용됐다. 초당 900GB의 데이터전송 속도도 특징이다. 이 GPU는 기존 엔비디아의 직전 GPU인 파스칼보다 12배 정도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적화된 병렬방식 데이터 처리 능력을 극대화해 딥러닝에도 적합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파스칼 GPU 기반 테슬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클라우드, IBM 클라우드, 바이두 클라우드에 사용되고 있다.

바이두 클라우드에는 테슬라 P40 GPU가 엔비디아 딥 러닝 소프트웨어와 함께 적용됐다. 자연어 처리, 지능형 고객 서비스, 트래픽 분석, 비디오 이해와 같은 분야에서 발전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함이다. 현재 GPU를 인공지능을 위해 선택하는 기업의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뉴로모픽칩...인공지능 시대에 핵십 칩 될까

인공지능 칩 분야에서 GPU와 함께 주목을 받고 있는 칩은 뉴로모픽칩(Neuromorphic)칩이다. 뉴로모픽칩은 사람의 뇌의 신경 처리를 모방해 만든 병렬방식 처리에 적합한 칩이다. 기존의 CPU, 램 방식처럼 저장과 연산을 위한 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칩에서 모든 것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인간의 뇌는 1000억 개의 뉴런과 100조 개 이상의 시냅스가 병렬 방식으로 연결돼 저장과 연산을 동시에 수행한다. 약 20W정도의 저전력으로 학습이 가능해 ‘저전력 고효율’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 준다.

인간의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플리커)

즉 뉴로모픽칩은 인간의 뇌에서 신경기능을 담당하는 뉴런과 뉴런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시냅스를 모방해 동시에 저장과 연산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러다 보니 저장과 연산 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소리까지도 패턴으로 인지할 수 있고, 데이터 입출력도 동시에 가능하다. 전력 소모도 기존 반도체 대비 최대 1억분의1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벌였던 구글의 알파고는 1202개의 CPU와 176개의 GPU가 탑재됐다. 부피와 전력 소모 측면에서 보면 인간의 뇌보다 극도로 비효율적인 구조다.

뉴로모픽칩은 기존의 CPU 기반 직렬방식 데이터 처리가 아닌 병렬방식으로 데이터 처리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예를 들어 아파트에서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을 찾을 때 직렬방식으로 찾으면 아파트의 모든 세대를 방문해 가면서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하지만, 병렬방식으로 하면 아파트 밖에서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누군가요’라는 질문을 모든 세대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말해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을 찾는 방식이다.

안정호 네페스 전무는 “직렬 방식으로 데이터 처리를 하게 되면 특정 연산을 수행하기 위해 많게는 수십만 사이클을 돌려야 하지만 병렬식의 뉴로모픽칩 방식으로 하면 한 사이클을 돌려도 원하는 결과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서울대, 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가 뉴로모픽칩 개발을 위해 공동 연구를 진행중이다. 업계는 뉴로모픽칩이 본격적으로 상용화 된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경쟁력이 있는 칩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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