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차 산업혁명의 성장가능성에 주목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이네이블러(Enabler)로써 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원유(原油)로 비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데이터의 활용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데이터 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하고 데이터의 처리와 전달·유통체계의 고도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점에서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사업의 핵심 재료인 데이터가 모이는 공장이며 4차 산업혁명의 엔진에 해당하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

강철하 한국IT법학연구소장

돌이켜 보면,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각 후보자들마다 미래 먹거리로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언급하거나 개별 요소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지원정책을 제시했지만 정작 현실은 데이터센터에 대한 지속적인 규제와 법적 기반의 부재로 미래 성장에 있어 제약이 초래되고 있다.

예컨대, 데이터센터의 경우 대규모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건축법'상 정확한 용도분류가 없어 업무시설, 방송통신시설, 교육연구시설, 공장 등으로 허가를 받고 있으며, 이러한 일관성 없는 법 적용으로 인해 과도한 주차장 확보 등 불필요한 투자를 초래하고 정작 필요한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특수설계나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작년 말 송희경 의원이 건축물의 용도에 데이터센터를 추가하고, 용도변경을 위한 '전기통신시설군'을 '전기통신 및 데이터센터시설군'으로 변경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지만 여전히 국회 통과가 불확실한 상태이다.

온실가스 문제에서도 '데이터센터 특수성' 고려

또한 환경규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를 선언해 논란이 되고 있는 파리기후협약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세계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국제협약으로 국제사회의 일원인 우리도 성실히 준수해야 한다는 점엔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데이터센터의 특수성'을 간과한 규제정책의 문제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본질적으로 데이터센터는 에너지효율화 시설이며, 대형화할수록 에너지 절감에 효율적이다(United States Data Center Energy Usage Report, Berkeley Lab, 2016). 그런데 에너지 규제의 '기계적 적용(목표관리제 : 사업장 기준 연간 1만5천톤 CO2-eq, 배출권거래제 : 사업장 기준 연간 2만5천톤 CO2-eq)'으로 인해 대형화에 따른 에너지 절감효과를 오히려 가로 막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나아가 데이터센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산업전체의 0.08%에 불과해 규제실익이 적고, 대부분 전기사용에 의한 간접배출인 반면에 데이터센터는 다른 산업의 에너지효율화에 기여하는 인프라 시설로써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성장산업(국내 : 연평균 약 19%, 세계 : 연평균 약 10% 성장)이라는 점에서 현실성 있는 규제의 부족이 아쉬운 대목이다.

한편, 2015년 3월에는 클라우드컴퓨팅 산업의 발전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클라우드컴퓨팅 단일법을 제정하고 조세특례 근거조항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가 조세특례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상의 세액감면 또는 세액공제 대상에 해당돼야 하나, 종래의 '정보화 시설' 유형으로의 적용가능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조특법상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나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클라우드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이중규제 문제 해결돼야

마지막으로 데이터센터에 대한 이중규제는 산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문제 중 하나다. 물론 개별적으로 보면 '정보보안'이나 '시설안전'의 측면에서 공익실현을 위한 중요한 규제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 점검 등의 규제가 중복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데 있다. 예컨대, 정보보안의 차원에서 '정보통신기반보호법'상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 점검,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상 중요통신시설 점검, '정보통신망법' 상 집적정보통신시설 점검 및 정보보호관리체계인증 등 연중 여러 기관으로부터 상당수 유사한 점검항목에 대한 점검이 시행되고 있다 보니 기업입장에서는 점검대응에 많은 인적, 시간적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규제의 시각을 정부 부처의 입장에서 보게 되면 모두 관련 법령에 따른 필요한 점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기업(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동일한 점검항목을 정부로부터 한번 받았으면 그 결과를 부처 간 정보공유로 활용하면 될 일인 것이다.

각국은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기조, 소비 하락 등 뉴 노멀(New Normal) 시대 속에서 국가경쟁력과 성장잠재력를 높이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자동차가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원유인 데이터'뿐만 아니라 이를 원활히 전달시키는 '엔진인 데이터센터'도 잘 작동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정부규제라는 브레이크도 밟아야 하겠지만, 반대로 불필요한 규제가 남발되면 자동차 공회전처럼 4차 산업혁명의 성장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상기하면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과도하고 현실성 없는 규제를 개선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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