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4차산업혁명과 함께 온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의 발달, 그리고 사물인터넷(IoT)의 확산으로 헬스케어 시장이 활짝 문을 열었다. 이전에는 원격의료나 소형화된 휴대용 의료기기를 활용하는 정도에 그쳤다면, AI와 빅데이터, IoT 기술의 발달은 환자 개인의 유전체 및 생활습관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 할 수 있게 돼 개인별 최적화된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한 정밀의료로 발전됐다. 여기에 AI의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접목되면서 환자의 현재 상태뿐만 아니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질병까지도 일정수준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지난 6일 발표된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AI 헬스케어 시장은 2015년 8억달러(한화 약 8900억원)에서 2021년 66억달러(한화 약 7조3900억원)로 급성장이 예상됐다. 국내 AI 헬스케어 시장은 2015년 17억원에서 2020년 256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글로벌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40%)보다 높은 70.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AI 헬스케어 분야의 투자 변화 추이 (자료=CB인사이트)

AI와 빅데이터 기술의 확산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헬스케어 AI 분야에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12년 이후 글로벌 AI 헬스케어 분야에 270건 18억달러 투자가 진행됐다. 특히 올 3월 기준으로 헬스케어 AI 스타트업에만 22건 거래에 총 1억3200만달러가 투자될 정도로 주도권 경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AI 헬스케어 시장 진격

현재 AI 헬스케어 분야에서 선두에 서 있는 곳은 AI 왓슨을 보유한 IBM이다. IBM은 지난 2015년 4월 'IBM 왓슨 헬스' 부서를 신설한 이후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자사의 클라우드 플랫폼 블루믹스와 AI 왓슨을 결합한 형태로 병원 등 의료 기관에서 수집된 환자들의 진료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진료 방법을 전문의에게 제안하는 '왓슨 포 온콜로지'와 '왓슨 포 지노믹스' 서비스를 실제 병원에 공급해 운영되고 있다. 현재 국내 부산대 병원, 가천대 길병원, 건양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 카톨릭대 병원 등이 IBM의 AI 왓슨을 이용한 의료 보조 서비스를 암환자 진료에 이용 중이다.

IBM은 AI 왓슨을 통해 헬스케어 및 정밀의료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사진=IBM)

알파고 잘 알려진 구글의 딥마인드 역시 지난해 '딥마인드 헬스' 프로젝트를 통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의료데이터를 제공 받아 환자의 질병을 탐지·예측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글로벌 IT 기업 오라클도 자사의 헬스케어 정밀의료 솔루션 '프리시즌 메디슨'을 공개하며 빅데이터와 AI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마친 상태다. 또한 오라클 헬스케어 파운데이션 플랫폼을 통해 수집된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된 포맷으로 관리도 가능해 향후 의료 빅데이터를 이용한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들의 AI 헬스케어 시장 본격화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가 '의료기기사업부'를 운영하며 헬스케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IoT 기술을 통해 소형화된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함께 AI 이미지 분석 기능이 탑재된 의료 영상 디바이스 등에 집중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모바일과 웨어러블을 연동하는 토탈 헬스케어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사진=삼성SDI)

국내 대표적인 소프트웨어(SW) 업체인 한글과컴퓨터의 경우도 AI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헬스케어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한컴지엠디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AI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당 차병원에 VR과 AR을 이용한 언어치료 프로그램, 인지훈련 프로그램, VR 재활훈련 프로그램 등을 개발 중이다.

김현수 한컴지엠디 대표는 "고령화 시대와 건강한 삶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으로 헬스케어 분야가 각광받고 있다"라며 "한컴은 AI와 VR, AR 등을 접목한 스마트 헬스케어 사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분야에 AI 기술이 빠르게 접목되면서 의료 빅데이터을 효과적으로 분석·처리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분야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내느냐가 맞춤형 헬스케어 및 정밀의료의 핵심으로 부상함에 따라 AI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는 SW 개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AI 헬스케어 시장 활성화에 지원

정부는 헬스케어 SW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부터 산업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등을 통해 국제표준 가이드라인 사업을 진행한바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디지털헬스케어 SW시험평가센터 구축 사업'을 통해 향후 5년 동안 총 143억원을 투입, 대구에 센터를 구축할 계획을 발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와 함께 '의료기기 분야 SW 안정성 및 유효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 사업'을 진행하며,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도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 SW 품질평가모델' 개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간 영역에서도 최근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장 성장의 둔화의 원인으로 디바이스·알고리즘·서비스·클라우드  등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헬스케어 솔루션 부재를 꼽으며 삼성전자의 센서, 디바이스, SW 기술을 통합한 헬스케어 SW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SW 개발도 중요

빅데이터 및 AI 알고리즘 기술을 제공하는 매스웍스의 경우 대표적인 프로그래밍 언어인 매트랩과 모델 기반 설계 및 손쉬운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시뮬링크 등을 통해 헬스케어와 정밀의료를 위한 빅데이터 분석 및 AI 알고리즘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매스웍스에 따르면 매트랩은 클라우드 및 IoT 등을 통해 수집된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예측·분석 알고리즘이 적용된 SW을 손쉽게 개발할 수 있다.

이웅재 매스웍스코리아 부장은 "국내에서도 환자 진료데이터, 의학 분야 전문자료 및 의료영상 등 다양한 유형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기술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및 정밀의료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다"라며 "높은 품질의 정밀의료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민첩하게 알고리즘을 개발 및 통합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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