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홍하나 기자] SK브로드밴드(SKB)와 페이스북간의 망사용료로 인한 깊어지는 갈등으로 망중립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망중립성은 지난 몇 년간 국내외적으로 기업간의 찬반이 이어진 사항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로 망중립성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국내 망중립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망중립성은 통신사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콘텐츠를 차별, 차단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통사가 막대한 돈을 들여 통신망을 구축하더라도 인터넷, 콘텐츠 기업이 통신망을 차별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통신업계, 인터넷 콘텐츠 업계간의 망중립성에 대한 의견충돌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에 캐시서버 설치를 요구하고 이에 대한 망사용료를 내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K브로드밴드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 망을 통한 접속을 차단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를 부인했으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서비스를 이용할 때 동영상 끊김을 호소하는 사용자들이 발생했다.

(사진=더버지)

캐시서버란 사용자들이 자주 요청하는 콘텐츠를 가까운 위치에 저장해두는 것이다. 따라서 이용자는 해외 사이트 접속을 할 경우 외국 본사의 서버를 거치지 않고 국내에 설치되어 있는 캐시서버를 통해 빠르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특히 페이스북은 동영상, 실시간 라이브 등 데이터 소모가 많은 동영상이 주요 콘텐츠이며 인터넷 트래픽도 상승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은 KT에 망 비용을 지불하고 캐시서버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이용자는 KT망을 거쳐 페이스북 콘텐츠를 받아본다. 만약 KT를 거치지 않는다면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국제망을 통해 해외 페이스북 데이터센터에 연결해야 한다. 이럴 경우 데이터 양이 많을수록 속도가 느려진다.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망사용료에 대한 형평성이 재주목받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국내 통신사에게 매년 최대 수백억 원에 이르는 망사용료를 내고 있다.

반면 구글의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은 망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거나 면제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은 망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망을 이용한 광고 수입은 어마어마하게 벌어들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망사용료 역차별...망중립성 차원에서 봐야

이처럼 망사용료의 역차별 문제가 논란이 되자 망중립성 차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내 인터넷 업계는 이번 사안은 망중립성과 관련되어 있어 이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정부의 입장은 무엇이고 통신업계, 인터넷 업계의 입장은 무엇인지 정확히해서 조율해야할 시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정부에서도 망사용료, 망중립성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할 것인지 주목된다. 이번 '페이스북-SK브로드밴드' 사건에 대해 방통위에서는 “망중립성과 별개”라고 밝히면서 이번사건의 실태점검에 나섰다. 방통위의 향후 행보, 결과에 따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에서는 최근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 폐지안을 의결했다. FCC는 오는 8월까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연말쯤 망중립성 폐지를 위한 최종 표결을 할 방침이다. 버라이즌 등 미국 통신사들은 그동안 구글 등의 콘텐츠 기업이 많은 트래픽을 유발해 요금을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향후 5G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대용량 트래픽 유발 콘텐츠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망 이용료에 대한 국내외 업체들과의 협의가 필요하며 이와 함께 망중립성에 대한 논의도 정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관련 업계에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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