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30일 오전 9시 30분. 인천 남항에서 60인승 유선을 타고 서해 바다로 나갔다. 그렇게 배를 타고 나가기를 30여분. 인천 남항으로부터 10km 가량 떨어진 SK텔레콤의 수중통신망이 위치한 곳에 도착했다.

SK텔레콤과 호서대 연구진은 이날 수중망을 통해 문자 메시지와 사진, 해상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800m 가량 떨어진 데이터 송신용 배와 수신용 배 두 척은 각각 수중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센서를 수심 25m에 설치했다. 육상망은 일반적으로 전자파를 사용하지만 수중망에서는 물 속의 잡음, 조수 간만의 차이, 파도 등의 환경으로 음파에 LTE 주파수를 얹는 방식을 활용한다.

송신용 배에 ‘Welcom Press’, ‘So do I’라는 단어를 입력하자 기자들이 타고 있는 배에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어 임의로 정한 수온과 염분, 산성도, 용존산소량의 정보와 사진, 재난상황을 연속으로 송수신하는 장면도 시연했다. 연구진은 서해 바다 특성상 바닷물이 혼탁하고 수심이 얕은 환경에서 안정적인 데이터 전송을 구현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중망을 활용한 두 척의 배가 수온, 염분 등 가상의 데이터를 교신해 컴퓨터로 전송하는 장면

현재 연구진이 설치한 수중통신망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최대 40kbps 수준이다. 전파 커버리지는 한 기지국 반경 5km 정도를 잡고 있다. 면적으로 따지면 100㎢ 당 기지국 하나로, 향후 모니터링이 필요한 주요 지역에만 기지국을 설치할 방침이다.

고학림 호서대 교수는 “신호는 세게 낼수록 멀리 보낼 수는 있으나, 다른 기지국 신호를 간섭할 수 있어 적은 파워를 가지고 효율적으로 음파를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수중에 기지국을 전부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항만이라던지, 연근해 위주에 설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과 호서대 등 연구진은 기지국 기반 수중통신망 연구를 위해 올해 10월에 서해안에 실험망 구축에 착수할 계획이다. 기지국과 해상부이간 통신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해 7월까지 실해역 측정, 9월까지 실증 시험 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실험망은 2020년에서 2021년에 최종 완성된다.

SKT, 호서대 공동연구팀이 수중 통신에서 데이터를 수신하는 역할을 하는 하이드로폰(음파수신기) 장비를 바다로 내리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왜 수중통신망인가?

통신 분야에서 바다는 음영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육상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도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구에서 바다나 강, 호수 등이 차지하는 비율은 71%에 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은 해양환경 관측, 연안 감시, 수중 통신망을 위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수중망과 육상망을 통합하고 수중 사물인터넷 지원을 위한 ‘썬라이즈(SUNRIS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세계 곳곳의 관측소에서 유선망 기반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구축해 매일 200Gb 이상의 해양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수중 기지국 기반의 실험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우리나라는 잠수함 탐지 등 국방용 수요 뿐만 아니라 해산물 먹거리 안전을 위한 모니터링, 해상 재해 조기 경보 등 수중망이 활용될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 할 수 있는 분야는 어업이다. 바다 속 음파를 통해 조수 간만의 차이, 파도 등을 측정할 수 있고, 물고기떼의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이르면 2020년에서 2021년 상용화 할 수 있을 것으로 SK텔레콤은 내다봤다.

SK텔레콤은 향후 한국의 하안선과 해저 지형정보에 적합한 한국형 수중 통신망 설계 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재난망과 철도망 등과도 연동할 수 있는 기술도 적극 개발할 예정이다.

전현철 네트워크기술원 매니저는 “이번에 개발 중인 수중망이 기존의 LTE 등의 상용망과 재난망 등과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동하고, 어떻게 국제표준화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연구팀이 수중 통신으로 전달된 가상의 경보를 특수 장비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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