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 3사가 오는 31일 오전 5시부터 수도권 지역에 초고화질(UHD) 본방송을 시작한다. 이는 국내 디지털방송이 도입된 2001년 이후 16년 만에 시작하는 새로운 방송 서비스로, 기존 HD 방송보다 4배 이상 선명한 화질, 입체적 음향을 갖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 UHD 본방송은 시작 전부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은 UHD 방송이 보편적‧공공적 서비스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보편적 서비스란 모든 사람에게 적정한 요금으로 최소한의 기본적인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 분야에서 KT는 시내‧공중전화 서비스의 의무제공사업자로서, 취약계층이나 산간‧도서 지역에서도 차별 없이 기본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UHD 방송이 무료‧보편적인 서비스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방송 분야에서는 보편적 서비스란 개념이 모호하다. 국내 방송 관련 법과 제도에 해당 용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자들마다 국내 지상파의 정체성을 두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보편적 서비스의 정의가 없다보니 UHD 방송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주체도, 그에 맞는 제도적 장치도 미비할 수 밖에 없다.

UHD 방송의 수신 장벽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UHD 방송을 시청하려면 미국식(ATSC 3.0) 표준을 사용하는 UHD TV를 구매해야 한다. 국내 유명 제조사의 UHD TV 가격은 최소 200만원이다. 안테나도 별도로 달아야 한다.

기존 유럽식(DVB-T2) UHD TV를 보유한 시청자는 제조사가 약 7만원에 판매하는 별도의 셋톱박스를 구매해야 한다. 보편적 방송 서비스 취지에 맞지 않게 과도한 비용이 들어간다.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접근하기 힘든 서비스인 셈이다.

지상파 3사와 정부는 향후 UHD 방송 시청자가 적으면 재송신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국내 지상파 시청자 중 95%는 케이블TV나 IPTV 등 유료방송 가입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상파와 유료방송 사업자간의 재송신 대가를 둘러싼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장기적으로 합의에 이른다고 해도 결국 그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 되고 결국 무료‧보편적 서비스라는 지상파 UHD 방송 취지는 무색해진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이 모든 논란을 인지하고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UHD 방송이 보편적 서비스라고 외치기 전에 시청자 복지를 최우선에 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정부 정책이 수립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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