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했다.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려는 무시무시한 공상과학 영화가 곧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AI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 졌지만,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지게 됐다. 인간의 두뇌를 가장 많이 쓴다는 바둑 분야에서 '신'으로 불리는 중국의 커제도 알파고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가까운 미래에는 인간이 AI를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해 질 수도 있다. 오히려 AI 기반 시스템 하에 통제 받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바둑은 인간의 눈과 손과 두뇌를 이용해 바둑판을 마주보고 상대방과 즐기는 대표적인 아날로그 방식의 놀이(혹은 스포츠)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프로그램된 컴퓨터 게임이 나왔지만, 사람 끼리 즐기는 수 싸움과 직관적인 게임이 주는 흥분이 집약돼 있다. AI가 이러한 재미까지 빼앗아 갈 수는 없다. 그러나 아날로그 감성이 넘쳐나는 바둑계를 평정한 것은 사실이다. 더 이상 인간은 AI에게 이길 수 없다.

알파고와 아날로그 인간계 1위 커제 9단의 대결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인간의 직관의 한계치를 뛰어넘었다고 평가 받는 커제가 AI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더이상 인간의 '직관'은 AI의 '계산'을 앞지르지 못한다는 것이 증명됐다. 몇 수를 내다보고 경험을 기반으로 내놓는 직관은, 수백/수천 수를 계산에 처리하는 AI의 계산을 따라갈 수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관과 감성이라는 우월감에 AI를 은근히 깔보던 때는 이미 과거가 됐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걱정해야 할 일들이 불쑥 현실로 튀어나온 느낌이다.

과거에는 힘 있는 자가, 근래에는 정보력을 가진 자가 지배자가 됐다. 앞으로는 AI를 잘 활용하는 자, 아니 AI 그 자체가 지배자가 될 수도 있다. 허무맹랑한 공상이길 바랄 뿐이다. 세계적인 과학자 스티븐 호킹도 "AI 통제를 위해 세계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른바 AI발 암울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간의 지성과 두뇌를 뛰어넘은 AI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다. 인간을 잘 이해하고 알 수 밖에 없다. 유럽의회에서는 올해 초 AI 로봇을 전자인간으로 규정하는 결의안까지 통과시켰다. 생활편의를 위해 개발된 AI가 통제 불가능이 된다면, 이 보다 더 무서운 재앙도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AI가 인간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이를 멈출 수 있는 킬스위치를 달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우려는 말 그대로 '먼 나라 이야기'다. 한 때 정보통신 강국의 위상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해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패하자 부랴부랴 AI 컨트롤타워를 만들자고 호들갑을 피웠다. 정부와 기업의 주도하에 IT 인프라는 잘 갖췄지만,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인재가 너무도 빈약하다. AI 분야에서도 선진국의 기술을 쫓아가기 급급한 수준이다. 사람을 소홀히 한 탓이다.

얼마 전 부모님을 모시고 시립 도서관에 가서 회원등록을 대신해 준 기억이 난다. PC에 직접 입력을 하고 스마트폰으로 본인인증도 받아야 하는 시스템이다. 70대 중후반의 아날로그 세대 부모님은 올드디지털 세대인 자식의 도움 없이는 책 한권 빌려보기 힘든 세상이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AI가 아날로그나 올드디지털 세대를 위한 도우미로 등장할 것 같다. AI가 책 한권 빌리는 것을 가지고 사람을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멋진 AI 로봇과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파워(인재)를 갖춘 대한민국 IT산업이 바로서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처럼, AI 시대에도 사람이 먼저인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 숨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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