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지난해 3월 9일 국내 최고의 바둑 기사로 손꼽히던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 간의 세기의 바둑 대결이 펼쳐졌다. 그 결과 1:4 알파고의 완성으로 대결이 마무리되며 AI 시대가 개막 됐음을 화려하게 알렸다.

그로부터 1년 2개월 후 지난 23일(중국 현지시간) 세계 랭킹 1위이자 현재 최강의 바둑 기사로 꼽히는 중국의 커제 9단과 이전보다 업그레이드 된 알파고 2.0 간의 바둑 대결이 펼쳐졌다. 현재 1:0 알파고 2.0이 289수만에 1집반 승을 했다. 1년전 치뤄졌던 인간과 AI의 바둑 대결과 달리 이번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AI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그 결과 경기 내내 알파고 2.0이 커제 9단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커제 9단과 알파고 2.0의 바둑 대결이 펼쳐졌다. 1차전은 알파고의 압승으로 끝났다. (사진=유튜브)

사실상 남은 2경기에서 커제 9단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바둑 전문가나 AI·빅데이터 전문가는 거의 없는 상태다. 경우의 수가 무한에 가까워 컴퓨터 프로그래밍 혹은 AI가 인간을 넘어설 수 없는 영역으로 손꼽히던 바둑에서 완패를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이 선언은 이제 AI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뜻한다.

강화학습으로 향상된 AI 알파고 2.0

23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구글 AI 알파고와 바둑 세계 랭킹 1위 중국의 커제 9단이 인간과 AI 자존심을 걸고 대결을 펼쳤다. 물론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1년전 대결과 달리 알파고의 압승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을 차이점으로 꼽을 수 있다.

사실 이같은 결과는 이미 예상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올해 초 중국 IT 기업 텐센트가 운영 중인 온라인 바둑 사이트에서 알파고로 추정되는 아이디가 한국과 중국의 프로 바둑 기사들을 상대로 60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를 상대한 프로 바둑 기사 중에는 국내 랭킹 1위인 박정환 9단과 커제 9단이 포함됐는데 각각 5:0, 3:0으로 완패를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커제 9단과 경기를 펼치는 AI 알파고는 그때보다 더 학습된 형태로 많은 부분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 구글측은 밝힌바 있다.

이번 알파고 2.0은 기존에 사용했던 AI 머신러닝 전용 프로세서 텐서플로프로세서유닛(TensorFlow Processing Unit, TPU)을 개선한 TPU 2세대 제품을 적용한 버전으로 알려졌다.

TPU 2세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 회의(구글 I/O)에서 공개된 하드웨어 방식의 AI 알고리즘 처리 전용 프로세서로 AI 머신러닝 분야에서 최상위급의 연산 속도와 처리 효율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세돌 9단과 대결을 펼쳤던 알파고는 기존 프로 바둑 기사의 기보를 바탕으로 AI 머신러닝을 반복학습하는 '지도학습' 방식으로 이뤄졌었다. 예컨대 사과를 보여주고 사과라는 라벨링을 입력하고, 수박을 보여주고 수박이라는 라벨링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AI을 학습시켜 나가는 방법이다. 라벨링 데이터가 누적되면 AI는 비로소 사과인지 수박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둑에서도 이미 존재하는 기보 데이터를 AI에 무수히 입력한 후 해당 자리에 따른 최적의 경우의 수를 분석해 내는 것이다.

여기서 한단계 더 발전한 상태, 즉 현재 알파고 2.0의 상태는 '비지도 학습'을 통해 머신러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지도 학습은 흔히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머신러닝을 위해서 기존에는 라벨링을 입력해줬다면 이번에는 그런 과정이 제외된 형태다. AI가 정의되지 않은 사과나 수박 등 수많은 과일과 기타 사물을 보면서 이것이 사과인지 수박인지 구분해 내는 것이다. 바둑의 경우에서 본다면 AI가 스스로 기보를 하나씩 만들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알파고의 경우 기본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만들어낸 또 다른 알파고와 대국을 치르면서 새로운 기보를 학습해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강화학습의 경우 AI 학습에 사용하는 데이터를 AI가 스스로 만들어 내고 다시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컴퓨팅 자원만 충분하다면 이론적으로 성능면에서 끊임없이 향상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AI을 누가, 어떻게 사용할지가 앞으로 남은 과제

이번 구글 I/O에서 AI가 기본적인 AI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오토ML' 프로젝트를 구글이 공개했다. 오토ML은 프로그래밍이나 알고리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만 지정한다면 AI 시스템을 설계해 준다. 구글에 따르면 음성 인식 프로그램 시스템 구축은 사람이 하는 것보다 AI가 하는게 완성도가 더 높다고 한다. 그야말로 AI를 통해 누구나 특별한 기술없이 필요한 AI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이번 알파고 2.0을 시작으로 AI의 전성시대가 훌쩍 다가왔음이 느껴진다. AI 강화학습은 수많은 빅데이터를 분석 후 예측하는 전 과정을 스스로 처리하며 성능을 높여 나갈 수 있게 된다. 알파고 이후 딥러닝 기법이 활성화 되면서 통·번역과 음성인식, 챗봇, 자율주행,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실생활에 적용됐다면, 알파고 2.0을 토대로 이전보다 발전된 형태로 고도화된 AI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도화된 AI 컴퓨팅 알고리즘으로 인해 복잡한 연산과 문맥 처리·분석에 필수적인 '자연어 처리(NLP)' 기술이 한층 정교해질 전망이다. NLP가 현재보다 정교해진다면, AI 음성비서 서비스, 번역, 통역, 콜센터, 챗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실생활에 더욱 편리한 형태로 적용될 수 있다.

또한, AI 강화학습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 따른 예측 분석이 가능해져 금융·핀테크 분야에 있어서도 '로보어드바이저'와 같은 금융 투자 상담사 역할도 AI가 대신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AI가 환자의 상태를 분석해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케어 정밀의료 분야 역시 유망한 것으로 꼽힌다. 특히 정밀의료 분야는 AI와 빅데이터가 결합해 환자의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가 미래에 걸릴 수도 있는 병까지도 미리 예측이 가능해진다. 현재 심장질환이나 암치료 등 한정된 분야에만 적용됐지만, AI의 성능이 높아짐에 따라 가장 빠르게 성장할 분야로 꼽히고 있다.

이달 25일, 26일 예정된 알파고 2.0과 커제 9단의 남은 바둑 대결의 결과는 이제 누구나 예상하는 것처럼 실수라는 것을 모르는 알파고가 실수를 해야지만 인간이 이길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이런 AI을 누구나 필요한 만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욱 한국MS 부장은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지난 MS 빌드 2017에서 "AI는 앞으로 생활 밀접한 곳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발표 했던 말을 인용하며 "AI 기술은 투명하게 공개되야 한다"라며 "이전까지 소수의 IT 기업들이 이런 AI 기술을 독점했지만, 앞으로는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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