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제품은 단연 삼성전자의 갤럭시S8이다.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한 세대 앞섰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붉은 액정, 와이파이 접속 오류 논란 속에서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갤럭시S8발 훈풍에 이동통신 3사는 ‘갤럭시S8 손님’ 모시기에 혈안이다. 결국 이달 초와 중순, 두 차례에 걸쳐 갤럭시S8 대란이 발생했다. 이통사가 신도림 테크노마트 등 집단상가에 제공하는 리베이트가 70만원까지 치솟았고, 일부 소비자는 갤럭시S8을 현금완납하는 조건으로 18만원에 구매했다.

대란이 휩쓸고 간 자리는 상처만 남았다. 정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돼 리베이트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다. 20만원에 판매되던 갤럭시S8이 다시 70만원~80만원으로 가격이 올라간다는 의미다. 합리적인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대란이 다시 터질 때까지 지갑을 닫았다. 집단상가를 제외한 일선 휴대폰 판매점은 갤럭시S8 판매량이 급감해 곤혹스럽기만 하다. 실제로 갤럭시S8의 가격만 묻고 돌아가는 이들이 태반이라고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들은 울상이다.

이에 휴대폰 판매점들이 모여 만든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번 대란은 이동통신 3사들이 특정 채널을 중심으로 리베이트를 과도하게 지급한 것이 원인으로, 시장 왜곡을 더 이상 주도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동통신사들도 얻을 건 없다. 불법 보조금은 3사 중 어느 한 곳만 뿌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입자는 빼앗고 빼앗기면서 점유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에 대한 대가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통신업종의 2분기 마케팅 비용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다.

정부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과 함께 관리‧감독도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모니터링을 강화해 시장 과열을 막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적은 인력과 비용으로 모든 휴대폰 거래를 일일이 들여다 볼 수 없다는 현실적인 변명도 덧붙인다. 정부의 안일한 태도는 휴대폰 시장에서 ‘호갱’을 막기 위해 제정된 단통법 하에서 규정을 지킨 사람이 되려 호갱을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을 야기한다.

결국 대란의 승리자는 갤럭시S8을 낮은 가격에 구매한 소수의 소비자들 뿐이다. 5월 황금연휴 직전에 터진 대란에 편승한 소비자는 2000여명이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6000만명)의 0.003%에 불과하다. 0.003% 좋자고 이 사단이 벌어졌다니 이해관계자들의 맥이 빠질 수 밖에 없다. 통신 시장에 발생하는 불필요한 소모를 다시 한 번 짚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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