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유료방송시장에서 IPTV의 성장세가 매섭다. 결합상품으로 가격 경쟁력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의 신기술이 적용되면서 올해 안에 케이블TV의 가입자 수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매출과 수익성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케이블TV 업계는 사업자별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유료방송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11일 발표한 ‘2016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유료방송 전체 가입자 수 2962만2754명 중 케이블TV 가입자는 1386만4821명으로 시장점유율 46.8%를 차지했다. 이는 동년 상반기 대비 1.13% 포인트(9만2537명) 증가한 수치지만, 지난 2011년~2014년에 1500만 명에 달하던 때와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케이블TV 업계의 방송사업 매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가입자 매출로, 가입자매출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다. 즉 가입자 감소는 곧 매출에 직격탄인 셈이다.

반면 IPTV 가입자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1259만3760명으로, 같은 년도 상반기 보다 74만3531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2013년 IPTV 가입자는 873만명으로, 현재까지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추세를 살펴보면 케이블TV 가입자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어 올해 안에는 IPTV가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IPTV의 성장은 모바일 서비스와 인터넷, 방송 등을 묶은 결합상품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급변하면서 모바일 결합상품이 없는 케이블TV는 IPTV에 가입자를 빼앗길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이통사는 모바일과 인터넷·유선 등을 묶어 방송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한국케이블방송TV협회 관계자는 “케이블TV와 IPTV는 채널 수와 콘텐츠 질에서 일부 차이가 있지만 가입자가 이탈할 만큼의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채널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며 “방송과 모바일을 결합한 이통사의 결합상품이 불공정한 경쟁을 불러온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사의 자금력과 높은 기술 수준도 격차를 벌리는 요소다. 이동통신사들은 AI를 IPTV에 적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AI 스피커 누구를 IPTV 자회사 SK브로드밴드 Btv 서비스와 연동하고 있고 KT도 IPTV 셋톱박스에 AI를 결합한 기가지니를 선보였다. 이들은 추후 IoT와 연결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일부 사업자들은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업계 2위인 티브로드는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세를 면치 못하자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달 24일 1차 신청을 받았고, 직급에 관계없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직 5년 미만 직원도 특별지원금 지원 대상에 포함시켜 지난 2일부터 2차 신청을 진행해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1위 사업자 CJ헬로비전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의 시장 점유율은 큰 차이가 없지만 인력은 CJ헬로비전이 두 배 가량 많다. 티브로드의 구조조정 이후 실적 개선 등 경영 상황이 나아진다면 CJ헬로비전 입장에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3위 사업자 딜라이브는 인수합병을 통해 퇴로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딜라이브는 최근 매각 주관사를 교체하면서 인수합병 시장에서 매물로 다시 나타났다. 여전히 2조원에 달하는 매각가가 투자자들에게 부담되는 상황이지만, 지난 2015년 딜라이브가 인수자를 찾을 때보다는 매각 환경이 나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케이블TV 업계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 IPTV와 동등하게 성장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료방송산업의 산업 특성상 양 업계가 같은 조건에서 규제를 받되,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사업자에 대한 보호와 변화방향 제시가 어느 정도 정부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유료방송은 수평적인 규제 속에서 과거의 기술과 새로운 기술이 경쟁하는 비대칭적인 측면이 있다”며 “권역 폐지, 소유제한 폐지 등을 논의하기 전에 케이블TV 업계가 능동적으로 성장 전략을 펼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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