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역시 통신요금 인하 공약이 쏟아져 나온다. 이동통신 가입자는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6100만 명에 달한다. 가계 당 지출하는 평균 통신비는 14만4000원이다. 국민의 75%는 통신비가 높다고 느낀다.

한 표라도 더 얻어야 하는 후보 입장에서 통신비 인하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통신비 낮추겠다고 외치는 후보들이 낯설지 않다. 매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가계 통신비 인하에 열을 올린 탓이다. 그러나 물밀 듯 나오는 공약들이 실제 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유권자는 몇이나 될까.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선 유세 당시 통신비 인하를 강조했다. 가입비 폐지, 서비스 경쟁 활성화, 보조금 규제 강화 등으로 요금 인하를 유도해 ‘반값 통신비’를 구현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이 공약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과 함께 소비자들의 체감 통신비 수준을 오히려 높였다는 불만도 나왔다.

실제 녹색소비자연대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정부 하에서 통신비 인하 체감 정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8%는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고, 33.8%는 이전보다 부담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이전보다 부담이 감소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6.7%에 불과했다. 반값 통신비는 애초에 이행이 불가능한 공약이었던 셈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가계 통신비를 20% 낮추겠다고 선언했으나 집권 기간 내에 실질적으로 약속을 못 지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이 발표한 통신비 인하 공약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문 후보의 기본료 폐지는 6100만명의 요금을 일괄적으로 1만1000원씩 낮추겠다는 주장이지만 재원 마련을 위한 대책은 없다. 5G 망의 국가 투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를 의식한 문 후보 측은 뒤늦게 농어촌, 통신 음영 지역 등 사업성이 떨어져 통신사들이 투자를 꺼리는 곳을 위주로 정부가 망을 깔겠다고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의 제4이동통신사 선정,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등은 경쟁을 활성화 하는 정책이지만 이 제도들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 대통령 임기 내에 직접적인 통신비 인하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온 국민에게 속도를 낮춘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겠다는 공약도 차라리 요금제 내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량을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의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도 역대 대통령의 전처를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원 마련, 이행 계획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본래 내놓은 공약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행위도 포착되고 있다. 지키지도 못할 통신비 8대, 7대 공약보다 국민들이 피부에 와닿을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정책 한 가지가 더 바람직하다. 국민은 지난 9년간 통신비 인하 공약이 어떻게 변질돼 왔는지 경험했다. 국민은 더 이상 내뱉고 보자는 식의 공수표에 속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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