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마타도어(흑색선전)가 난무하는 국내 이동통신 업계는 국내 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전통적인 내수 산업이었고 시장은 이미 포화돼 서로의 가입자를 빼앗아야 수익이 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었다. 이러한 시장에서 최근 보기 드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특정한 분야에서 경쟁자인 이통사끼리 협력을 하는 '따로 또 같이' 전략이다.

17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문자메시지를 카카오톡처럼 사용하는 RCS(Rich Communication Suite)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RCS 서비스는 다음달 출시될 예정이다. 또한 KT와 LG유플러스는 NB-IoT(협대역 사물인터넷)을 협업하는 데 이어 LG유플러스가 KT그룹의 ‘KT뮤직’에 지분을 참여하며 협력을 강화한다.

앞으로 통신3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들은 인공지능(AI)이나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투자를 하고 있는데다가 앞으로는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의 경우 영역이 붕괴되고 서로 다양한 분야에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KT 김준근 단장이 LG유플러스와의 NB-IoT 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LG유플러스)

예를 들어, 예전에는 SK텔레콤이 KT나 LG유플러스와 경쟁을 했다면 이제는 삼성전자와 네이버, 구글 등과 경쟁을 하게 된다. 이미 자율주행차의 경우 현대자동차나 BMW, 벤츠 등 자동차 회사 뿐 만 아니라 통신 인프라를 제공하는 통신3사에 이어 네이버, 구글 등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는 업체는 자동차 기업이나 통신 회사가 아닌 구글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통신사들끼리 경쟁이 중요한 시점이 아닌 상황에서 국내 통신3사도 이를 깨닫고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 서비스 부문에 대해서는 서로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이통사 간 경쟁은 무의미...미래사업 위해 맞손 움직임 가속화

KT와 LG유플러스의 NB-IoT 협력은 따로 또 같이 전략의 대표적인 예다. NB-IoT는 LTE 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부문에서는 서로 협력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서비스 음영지역의 경우 로밍 방식을 통해 이용자가 다른 통신사의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협의했고 NB-IoT 단말을 좋은 조건에 거래했을 경우 같이 공유하기로 했다.

단통법이나 주파수 경매 등 통신 업체 전체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아닌 통신사들의 서비스 협력은 작년 2월, KT와 LG유플러스의 내비게이션 서비스 출시였다. 그 이후에 두 회사는 작년 11월, NB-IoT를 협력하겠다고 발표했고 LG유플러스가 KT뮤직 지분에 참여하는 등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통신3사 중 한 관계자는 “2015년 11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이후 KT와 LG유플러스의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출시됐다”며 “KT와 LG유플러스가 M&A에 결사반대하면서 인수합병 시점을 기점으로 가까워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KT와 LG유플러스가 협력을 계속 공고히 하자 SK텔레콤도 LG유플러스와 협력해 RCS 서비스를 다음달 출시한다. 2012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조인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한 적 있다. 하지만 조인은 시장에서 실패하며 서비스가 종료됐다. 조인처럼 별도로 앱을 다운받지 않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보면 1위 사업자와 2위 사업자는 서로 강력한 경쟁자이기 때문에 협력을 하는 경우는 많이 없다”며 “3위 사업자의 경우 규모의 경제 논리로 협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고 이에 따라 1위 사업자 또는 2위 사업자와 협업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 2위 사업자와 3위 사업자가 협력을 지속할 경우 1위 사업자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며 “1위 사업자도 3위 사업자 등과 협력을 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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