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찬길 기자] 삼성SDI가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건설 중인 헝가리 공장 생산 계획이 결정됐다. 헝가리 공장은 연도별 생산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며 삼성SDI의 지역별 중대형 배터리 사업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 정부의 보조금 규제 탓에 가뜩이나 일감이 떨어진 중국 시안 공장 가동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6일 디지털투데이가 입수한 삼성SDI 헝가리 배터리 공장 예상 가동 일정에 따르면, 이곳은 2018년부터 가동을 시작해 2021년 1억28만7000셀을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될 배터리의 총 에너지양은 약 21.5기가와트아워(GWh)다. 전압은 1셀당 3.7V로 계산했다.

생산 예상 물량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한다. 양산 시작 시점인 2018년 97만6000셀(에너지 양 130MWh)부터 시작해 2019년 2064만9000셀(3.8GWh), 2020년 7623만6000셀(15.7GWh)을 생산할 계획이다.

에너지 양만으로 봤을 때 2019년 생산하는 배터리의 에너지 양은 BMW 신형 ‘i3’ 10만대 이상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i3 한대의 배터리 에너지양은 33.2kWh다. 지난해 삼성SDI는 헝가리 배터리 공장 생산능력이 연간 순수전기차(EV) 5만대 분량이라고 밝혔다. 당초 회사가 예정한 것보다 헝가리 공장을 훨씬 큰 규모로 키우겠다는 뜻이다.

삼성SDI 헝가리 공장의 예상 제조 물량(자료=디지털투데이)

이외에도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고객사의 배터리 용량 증가 계획도 윤곽이 잡혔다. 기존 용량 26Ah의 BMW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용 배터리는 34Ah로 업그레이드 될 예정이며, 37Ah배터리를 사용하는 폴크스바겐 ‘e-골프’는 50Ah로 용량을 늘릴 전망이다. 폴크스바겐이 2019년 생산할 것으로 알려진 전기모듈운전장치(MEB ; Modular Electric Drive) 플랫폼 기반 전기차 배터리 용량 또한 77Ah로 확인된다.

헝가리 공장의 이 같은 생산계획이 현실화 된다면 삼성SDI의 해외 중대형 배터리 생산 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보조금 규제 탓에 가동률이 20~30% 이하로 떨어진 중국 시안공장은 다시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시안공장은 중국 정부 규제 타계책으로 e-골프용 배터리를 제조하며 올들어 가동률을 서서히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시안공장의 연간 생산계획 물량 중 e-골프 비중은 97%다. 헝가리 공장이 완공되면, 당장 시안에서 생산하던 e-골프 물량은 대부분 헝가리로 이전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폴크스바겐의 e-골프는 조립은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배터리 후공정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장에서 진행한다. 중국 내륙에 위치한 시안보다 독일 지척의 헝가리 공장에서 대응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삼성SDI의 자동차용 배터리(사진=삼성SDI)

한편, 오는 24일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될 전영현 사장은 배터리 사업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전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지난 2일 본격 업무에 돌입하면서 울산⋅천안은 물론 중국 배터리사업장까지 돌아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 관계자는 “중대형 배터리 공장과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비전은 준비돼 있으나 불투명한 시장전망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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