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오은지 기자]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를 3개로 분할하고, 각기 독립성을 부여하는 내용의 분할안을 내놓는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반도체 외주생산(파운드리)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시스템LSI 사업부를 쪼개는 게 합리적이라는 내외부의 평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업부를 쪼개는 이유는 파운드리 고객들이 종합반도체기업(IDM)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생산을 파운드리에 맡기면 영업비밀에 속하는 설계도를 제공하고, 어떤 공정과 소재를 쓰는지 공유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설계팀이 있는 기업이라면 비밀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더군다나 같은 사업부 내에 설계팀과 공정팀이 공존한다면 더욱 꺼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 실제로 반도체 설계와 생산은 별개의 사업 영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팹리스와 파운드리 전문기업(Pure Foundry)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애플, 퀄컴, 미디어텍 등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업체들은 공장(팹) 없이 설계에만 집중해 최고의 제품을 선보입니다. 대만 TSMC가 승승장구하는 이유 중 하나도 파운드리 서비스에만 집중한 덕입니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부를 3원화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특정 업체에만 파운드리를 제공하는 기존 폐쇄형 사업전략을 바꿔 구(舊) 공정을 활용해 파운드리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기로 했습니다. 잠재적인 고객사인 팹리스 업계에 독립성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분사한 각 사업부를 지금 같은 반도체총괄 내에 모두 두는 게 아니라 각각 사장급 조직으로 운영하는 것이었죠. 삼성 파운드리를 사용할지 검토하는 다수 고객사의 바람이기도 했습니다. 

DS 부문 내에서는 3인 사장 체제가 구축된다는 기대감도 돌았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특히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승진 잔치를 벌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28일 인사에서 삼성전자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사장급이었던 메모리 사업부장은 오히려 부사장급으로 교체됐고, 분할 계획도 전면 재검토한다는 전언이 이어집니다. 재벌가 특히 삼성에서는 오너십이 모든 기준을 압도하는 듯합니다. 지난 연말 조직개편을 단행해야 했지만 오너 리스크가 합리적인 사업 전략도 도루묵으로 만드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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