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 기존 모든 사업기반으로 어댑티브엔터프라이즈(AE)를 표방해왔는데 이제 전략을 수정해 B.T.(Business Techonolgy)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

한국HP(대표 최준근)가 최근 소프트웨어와 컨설팅 사업을 강화한 B.T.(Business Technology) 전략을 발표했다. 형식적으로는 비즈니스와 IT를 동일한 선상에서 연동하자는 데서 출발하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결국 앞으로 소프트웨어와 컨설팅에 주력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지난 4년간 주장해왔던 어댑티브 엔터프라이즈(AE) 전략을 보완한 것으로 지난해 머큐리인터액티브의 인수 등으로 소프트웨어 사업에 자신감을 얻은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데이터웨어하우스 플랫폼인 ‘HP 네오뷰’ 등의 제품을 기반으로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컨설팅 사업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B.T.는 무엇인가

’비즈니스= 기술’이라는 등식으로 요약된다. 즉, 비즈니스가 기술이고, 기술이 비즈니스라는 말이다. 이는 곧 IT 기회가 비즈니스 기회라는 말도 된다. 한국HP는 이런 비즈니스와 기술의 관계를 새로이 정립하며, 1990년대 이후 정보기술 산업을 이끌어온 IT를 뛰어넘는 개념으로 BT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IT에서는 기술이 비즈니스를 뒷받침하는 수준이었다면, BT에서의 기술은 비즈니스 자체를 가동하고 성장을 주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끔 한다는 포괄적 전략이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를 통해 위험관리, 성장 가속화, 비용절감 등 사업성과 측면에서 기술투자를 검토하고 평가하는 기반을 갖출 수 있다.

하석구 한국HP 마케팅총괄 상무는 “99% 이상의 CEO가 회사의 성공을 위해서 기술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지금의 기술에 대한 활용도와 만족도는 43%에 그쳤다”며, “CEO들도 비즈니스의 기술 의존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IT를 통해 매출을 확대하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B.T.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가.

B.T. 실현을 지원하기 위해 비즈니스기술최적화(BTO), 비즈니스정보최적화(BIO), 적응형 인프라스트럭처(AI)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BTO는 지난해 인수했던 머큐리인터액티브가 줄곧 제시해왔던 메시지다. IT거버넌스, 애플리케이션 평가 툴 등을 통해 비즈니스 기술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찾자는데 있다. 이번 BTO는 기존 관리툴인 오픈뷰와 함께 애플리케이션관리, IT거버넌스 등의 통합을 통해 모든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거버넌스를 맡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BIO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최근 기업들의 투자동향이 데이터 분석 등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BIO의 경우는 컨설팅 강화가 핵심이다. 한국HP가 B.T. 전략 발표와 동시에 발표한 데이터웨어하우스 플랫폼인 ’HP 네오뷰’의 경우도 컨설팅 쪽에서 맡게 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오영수 한국HP 이사는 “네오뷰의 경우 컨설팅 주도로 판매할 예정으로, 이미 국내에서 유통과 제조, 은행 쪽으로 레퍼런스를 확보했다”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거 통합된 전사 데이터 웨어하우스용 플랫폼으로 향후 BI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표> HP 전략의 변화와 차이

명칭

발표 연도

특징

어댑티브엔터프라이즈(AE)

2003년 5월

하드웨어 기반의 IT 인프라 중심

어댑티브엔터프라이즈컨설팅(AEC)

2006년 3월

기존 AE전략에 서비스, 컨설팅 추가

비즈니스테크놀러지(B.T.)

2007년 5월

소프트웨어와 BI(컨설팅) 강화

 

 

 

기존 AE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가장 큰 차이는 소프트웨어가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4년전 AE는 하드웨어 기반의 IT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당시 AE전략으로 비즈니스민첩성, 신뢰성, RoIT(Return on IT)를 골자로 했지만 하드웨어만으로는 이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3년 뒤인 지난해 3월 기존 하드웨어 기반 전략에 서비스와 컨설팅 측면을 강화한 어댑티브엔터프라이즈컨설팅(AEC) 전략으로 수정했다. 이 때 주장했던 것이 기업비즈니스와 IT기술은 따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금의 B.T. 전략의 지향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역시도 경쟁사에 비해 소프트웨어 제품군이 열악해 한계에 봉착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소프트웨어 사업 강화다. 지난해 인수한 머큐리인터액티브도 이에 해당한다. HP는 자사 ‘오픈뷰’ 시스템 등과 머큐리의 로드테스팅 툴인 ‘로드러너’ 등 애플리케이션 관리 솔루션 및 IT거버넌스 솔루션 등은 2% 부족했던 HP의 전략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처럼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HP 측은 최근 소프트웨어 사업 강화를 위해 매니지먼트 분야 소프트웨어 업체 인수를 검토하는 등 이 분야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높다.

새로운 B.T. 성공할까

한국HP도 본사 차원에서 이뤄진 전략이라 장담할 수는 없는 문제다. 다만 기존 AE 전략이 국내 시장에서 확산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운신의 폭은 더욱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HP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나 전략을 제시할 때마다 IBM과 늘 비교돼 왔다. IBM의 e비즈니스는 HP의 E솔루션과, AE 전략 역시 IBM의 온디맨드 전략과 경쟁해 왔다. HP가 B.T.라는 새로운 개념을 발표한 것도 이런 IBM을 의식한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HP의 한 관계자는 “HP의 ‘어댑티브 엔터프라이즈’라는 말이 그동안 고객에게 설명하기 어렵고, 와닿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전략상으로 비슷한 IBM의 ‘온디맨드’는 고객이 들었을 때 ‘원하는 만큼’이라는 의미를 바로 전달한다. 이런 용어 자체적으로 주는 의미 전달에 AE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B.T. 전략의 1차 성패여부로 마크 허드 CEO가 NCR의 경험을 살려 만들며, 기대를 걸고 있는 네오뷰의 판매가 국내에서 얼마나 이뤄질지가 관심사다.

성현희 기자 ssung@it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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