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올들어 이동통신사와 금융사간 전략적 제휴가 더욱 활발하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양 측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통신과 금융업계는 다년간 축적한 방대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고, 타 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가입자를 유지 혹은 유치해야하는 산업 특성상 협업 관계는 앞으로도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들어 이동통신사 중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KB금융그룹과 함께 모바일 멤버십 플랫폼 ‘리브 메이트’를 지난달 31일 선보였다. 금융권에 통신 서비스를 결합한 모바일 플랫폼이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브 메이트를 통해 LG유플러스 가입자는 KB금융그룹의 멤버십 포인트로 통신 요금을 납부하거나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LG유플러스의 초고속인터넷과 IPTV, 홈 IoT 등 통신 상품과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인 비디오포털도 KB금융그룹의 포인트로 이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향후 편의점과 서비스 제휴를 통해 근거리 생활 플랫폼으로 확장해나갈 방침이다.

리브 메이트에 LG유플러스 고객을 위한 별도의 메뉴가 마련돼 있다.

LG유플러스는 또한 지난달 신용평가 정보기업 나이스 평가정보와 ‘텔코스코어’라는 신용평가 모델을 공동 개발했다. LG유플러스는 가입자의 정보와 요금납부 실적 등을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하고, 이를 나이스 평가정보가 받아 등급화해 금융사에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자사 고객이 이 평가 모델을 활용하는 금융사로부터 신용도를 좀 더 합리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B국민카드는 이 모델을 사용해 일부 고객에게 금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개인정보 등의 문제와 파트너 사의 입장도 있어 특정 사례를 밝힐 수는 없으나, LG유플러스 고객이 통신 가입자 정보들을 활용해 KB국민카드로부터 금리 우대를 받은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말 하나금융그룹과 통신-금융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합작법인 ‘핀크’를 설립했다. 자본금 500억원은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이 각각 51%, 49% 비율로 마련했다. 이후 현재까지 플랫폼 출시를 위해 준비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내 관련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SK텔레콤 측은 전했다.

KT는 자사가 주도하는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를 3월 중에 오픈할 예정이다. K뱅크는 정부로부터 은행업 허가를 받은 일반은행이라는 점에서 타 이통사의 플랫폼과 궁극적으로 큰 차이가 있지만 이통사의 가입자 정보를 활용한 금융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선 같은 맥락이다.

이통사와 금융업계가 협업하는 이유는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통사와 시중은행은 자기 영역의 사업만을 영위하기에는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통사는 가입자당 수익이, 금융권 또한 예금주당 수익이 일정 부분 한정돼 있다 보니 경쟁사와의 차별화된 서비스나 혜택이 이들에겐 곧 고객을 유지 혹은 늘리는 방법이다.

방대한 가입자 정보가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통신과 금융서비스는 대다수의 국민이 사용하는 대표 서비스로, 그만큼 살아있는 데이터가 축적되기 쉽다.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가입자들의 정보를 활용하면 사업적으로 발전시킬 여지가 충분하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과 금융, 양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태에서 사업 다변화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니즈가 동일하다”며 “양 측의 전략적 제휴는 가입자의 해지율 방어 등 득이 될 것이 훨씬 많다”고 전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과 통신은 일반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생활 서비스라는 점을 착안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라며 “특히 가입자를 모집하고 유지해야 하는 양 산업의 특성상, 제휴를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와 KB금융그룹의 합작 플랫폼 '리브 메이트' 바이럴 영상의 한 장면(사진=LG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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