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14일 오후 국회에서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전체회의가 있었지만 사실상 시작도 하지 못하고 파행됐습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의 인사말과 업무보고만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미래부 장관의 업무보고가 끝나면 미방위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는 것이 순서입니다. 미래부가 운영을 잘하고 있는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질문을 통해 이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질의가 시작되기 이전에 여당 의원과 야당 의원들이 서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막말 설전을 벌이며 미방위 전체회의는 결국 정회됐습니다.

질의 순서가 시작되자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한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두고 말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안건조정위원회는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에 대한 이견이 있을 때 이를 조정하는 소위원회입니다.

언론장악방지법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방송의 공정성 담보 등을 위한 법으로 MBC, KBS, 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진을 13명으로 두는데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6명으로 통일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4일 열렸던 국회 미방위 전체회의에서 신상진 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하고 있다.

안전조정위원회는 6명으로 구성되는데 더불어민주당 3명, 자유한국당(전 새누리당) 2명, 국민의당 1명으로 구성됩니다. 이에 야당측은 여당인 자유한국당이 일부러 추천과 선임을 안하고 있다며 지적을 한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지난해 12월말 신상진 위원장 동석하에 여야 간사가 만나 1월에 방송법 공청회를 열고 109개 법안을 법안소위에 회부해 일괄처리하기로 합의했다”며 "1월에 안전조정위 구성을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미루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함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대화들이 오고 갔습니다.

결국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두고 설전을 이어가던 미방위 의원들은 3시 30분경 정회가 되자 각 소회의실로 들어갔습니다. 질의를 기다리던 미래부 장관과 차관, 고위 공무원들은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기자석에 있던 기자들도 회의가 다시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5시 경 국회 직원이 나와 이날 미방위 전체회의는 결국 이뤄질 수 없다고 알렸습니다. 미래부 공무원들도 기자들도 짐을 챙기고 그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법안을 두고 여야간 의견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충분한 논의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양 또는 들러리 세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취재원 중 한명인 한 미래부 사무관은 국회 미방위 회의 때문에 매일 야근을 반복했습니다. 제가 어쩌다 미래부에서 늦게 퇴근할 때 국회에서 미래부로 들어오는 그를 종종 마주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미래부의 업무보고나 법안 처리 등은 모두 미뤄지게 됐습니다.

이번이 처음있는 일도 아닙니다. 작년에 열렸던 미방위 국정감사 역시 여야간의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파행됐습니다. 정부 부서 공무원들이 국정감사를 준비했다가 그냥 돌아서고 추후에 다시 국회에 와야 하는 상황이 절대 옳은 것은 아닐 것 입니다.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말입니다.

오는 16일에는 미래부 2차관 소관 법안 상정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보고가 있습니다. 이때도 국회의원들의 의견 차이로 미래부와 방통위의 공무원들이 그냥 들러리만 서는 것은 아닌지, 차라리 미리 공지하는 것은 어떤지 생각이 드는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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