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나이언틱이 개발한 포켓몬고(GO)가 7일로 국내 출시 2주를 맞았다. 총 사용자 수는 1000만 명에 이른다. 모바일 게임 분석 사이트 게볼루션에 따르면 이 게임은 6일 기준으로 무료 게임 부문 구글플레이 1위, 앱스토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매출은 두 스토어에서 모두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포켓몬고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서 사회적인 현상으로 부각됐다. 선(先)출시국보다 6개월이나 늦게 국내 출시돼 별다른 반향을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비웃듯, 전국 곳곳에서 스마트폰을 한 손에 들고 몬스터볼을 던지는 사람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포켓몬이 많이 출몰하거나 포켓스탑이 밀집한 곳을 가리키는 ‘포세권’과 포세권 근처에 사는 사람을 일컫는 ‘포수저’, 포켓몬고의 경제 효과를 뜻하는 ‘포케코노미’ 등의 용어도 등장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 속 작은 몬스터를 잡으러 이리 저리 몰려 다니고 관련 용어들이 생겨나는 것은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친숙하게 알고 있던 캐릭터들이 내가 실제로 생활하는 곳에서 나타나는 것은 다양한 재미를 준다”고 포켓몬고 현상을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포켓몬고 열풍에 대해 “포켓몬고는 인간의 본능같은 성취욕구와 호기심 욕구를 충족시켜 주면서 귀여운 캐릭터로 바쁜 현대인들에게 힐링의 효과를 주고 있다”며 “어린시절 포켓몬스터를 봐 왔던 세대부터 그렇지 않은 세대들에게 기분 좋은 즐거움을 주고 있다”고 평했다.

경복궁 경회루에서 포켓몬고를 즐기는 시민들

사람들 활동적으로 만들었지만 안전 문제도

포켓몬고가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는 사람들을 보다 활동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10대부터 50대까지 고른 사용자 층을 확보하며 게임을 통해 사람을 야외로 끌어냈다는 것이다. 특히 사용자층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10대와 20대들을 PC방이나 집안이 아닌 야외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다.

또 게임 내에서 몬스터볼을 얻을 수 있는 포켓스탑이 공원이나 조형물, 역사적 장소를 포함한 의미를 가진 장소에 많이 분포해 교육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실제로 포켓몬고를 하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주변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는 사람들이 많다. 한 포켓몬고 유저는 “조선시대 무기고, 위인들의 동상, 청소년 헌장과 같은 의미있는 장소나 표지석 등을 게임을 하면서 알게 돼 공부도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과 같이 서울에 있는 우리의 고궁들도 다수의 포켓스탑을 보유하고 있어 사람들을 궁 안으로 유혹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포켓몬고 덕분에 고궁을 찾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문화재 명칭도 게임 내에 명시가 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우리 문화재에 대한 홍보 효과가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경복궁 근정전에서 바라본 광화문

하지만 포켓몬고는 그림자도 함께 드리우고 있다. 이미 외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안전’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을 보고 운전을 하거나 걸어다니면 위험한데 단순히 보는 것보다 몬스터볼을 던지는 등의 행동이 더 가미된 포켓몬고 플레이는 사용자들의 주의를 더 분산시킨다는 것이다.

한 포켓몬고 유저는 “지난 설에 시골집 가서 포켓몬고를 하다가 낮은 대문에 머리를 세게 부딪혀 혹이 났다”며 “주변을 봐도 이 게임을 하다가 빙판길에서 넘어졌거나 자동차와 충돌할 뻔 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청계천 근처에서 만난 이모(30)씨는 “솔직히 운전을 하면서도 포켓몬고를 한 적이 있는데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게임을 멈출 수가 없었다”며 “일정 속도 이상으로 가면 게임이 완전히 멈춰버리는 기능 등의 추가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포켓몬고를 하며 저속으로 지그재그로 운전하던 운전자가 적발되는 사례도 있었다. 경찰은 2월 한달 동안 포켓몬고 관련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을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보라매공원 에어파크에서 포켓몬고를 즐기는 시민들

박물관, 공원 등지에서도 포켓몬고 사용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있다. 서울시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는 ‘포켓몬고 게임으로 인한 사람·시설물 자전거와의 충돌이 빈번합니다. 휴대전화 사용시 주위를 살펴 안전사고에 유의하여 주십시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에도 포켓몬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안전에 유의해 달라는 안내문이 등장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도 “고궁 내에서 포켓몬고 플레이에 집중하다 보면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다른 관람객의 동선을 방해할 수 있다”며 “특히 비공개 지역에 무단출입을 하는 등의 부정적인 측면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포켓몬고 관련 안전 안내문을 게시할 예정이고 고궁 내 ‘포켓스탑’ 근처에 안전관리원을 배치할 계획이다.

보라매공원에 내걸린 포켓몬고 안전 유의 현수막

악성코드 감염 가능성도...포세권은 상업 지역에만 해당

안전문제에 이어 스마트폰 악성코드 감염 가능성도 어두운 그림자다. 포켓스탑의 양극화로 인해 GPS를 조작해 서울에 있으면서도 부산 해운대나, 미국 월스트리트에 있는 것처럼 해 포켓몬이나 몬스터볼을 얻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비공식적인 조작을 통해 악성코드에 쉽게 감염되거나 나이언틱으로부터 계정 중지를 당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에 사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자동사냥 기능인 ‘오토봇’의 경우 악성코드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포세권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사용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10대 20대 사용자층은 우선 부동산 구매를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력이 부족한 연령대기 때문이다. 부동산 구매가 활발한 40대와 50대도 포켓몬고 때문에 집을 구입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는 평가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포켓몬고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동산은 주거 지역보다는 오히려 매장용 빌딩이나 커머셜과 같은 상업 시설이다”라며 “포켓스탑이 밀집해 있거나 포켓몬이 많이 나오는 지역 위주로 유통이나 상업 시설 부동산에 다소 영향을 줄 수는 있다”고 분석했다.

포켓몬고 사용자 추이 (사진=와이즈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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