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삼성전자에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특검조사에 이어 트럼프라는 변수가 추가됐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삼성전자에 또 하나의 난관으로 다가온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트위터에서 ‘땡큐 삼성, 우리는 당신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그러면서 액시오스라는 매체가 로이터의 서울발 기사를 인용한 기사를 함께 올렸다. 기사의 내용은 삼성이 미국에 가전 공장을 지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8일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검토 중이긴 하나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현재까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고급주방가전업체 데이코 공장 증설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대로 관세가 부과될 경우 삼성의 부담은 얼마나 늘어날까. 

삼성전자는 현재 북미 생활가전 분야 1위다. 미국 시장으로 수출되는 대부분의 생활가전제품은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공약으로 인해 기존의 무관세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는 미국 내 공장 설립을 검토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TV 시장을 예로 들면, 삼성전자는 연간 약 1000만대 정도의 TV를 미국 시장에 팔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013년 미국 TV 시장에서는 약 3400만대의 TV가 팔렸고, 이후에도 비슷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이 중 삼성전자의 미국내 TV 시장점유율은 등락은 있지만 수량 기준 약 29~30%다.

삼성전자가 UHD 등 고사양 TV 판매 비중이 높다는 것을 감안해 60인치 퀀텀닷 LED TV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연간 많게는 약 6조원 가량의 가격 상승 부담이 발생한다.

60인치 TV 평균 가격은 (국내 다나와 기준) 200만원 정도다. 만약 30% 관세가 적용되면 TV 가격은 260만원으로 껑충 뛴다. 지금 같은 가격을 유지하려면 TV 한대당 수익이 60만원 줄어드는 셈이다. 1000만대 규모면 약 6조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관세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지금과 같은 이익을 유지하려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판매량을 유지하려면 수익성 악화를 걱정할 수 밖에 없다. 

한미FTA 적용을 받는 한국으로 생산지를 바꿀 경우 관세 문제에서 조금 자유로울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생활가전제품의 관세는 0%부터 최대 1.8%다. 세탁기 0~0.5%, 냉장고 0%, 에어컨 0~1.8%, TV 0%다.

관세만 따지고 본다면 한국에서 생산된 생활가전 제품도 수출 경쟁력이 있지만 문제는 물류비용이나 인건비와 같은 제반 비용에서 멕시코 공장과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건비와 비용, 물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미국 내 공장 설립을 비롯한 투자계획을 검토 중”이라며 “앨러배마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의 부지도 여러 후보지 가운데 한 곳일 뿐이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위키미디어)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부사장은 “이번 상황은 어떻게 보면 시장의 움직임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상황 변화에 따라서 발생한 것”이라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만약 관세가 30~40% 이상 오르게 되면 미국 내 공장 설립도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일정 부분 제스처만 보여주고 신중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가 멕시코 생산품에 대해 30~40%의 관세폭탄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행될지는 미지수”라며 “삼성전자는 이미 데이코와 하만 인수 등으로 이미 미국에 투자를 한 상태라서 작은 제스처만 보여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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