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보통 어떤 문제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거나 해법을 찾을 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라는 관용어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닭은 달걀을 낳고, 그 달걀은 부화해서 병아리가 된 다음 닭으로 자라게 됩니다. 태초에 닭이 먼저 존재하고 달걀을 낳았는지, 아니면 달걀이 부화해 닭이 됐는지는 지금으로서 아마 신 밖에 모를 듯 합니다.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지, 또는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어떤 것을 먼저 선택해야 할지 어려운 순간이 있습니다.

제4이동통신 문제도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따져야 할 논란이 많습니다.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제4이동통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습니다.

LTE(4G)를 넘어 5G시대로 가는 상황에서 신규사업자가 이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느냐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2010년부터 주무부처였던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와 현재 미래창조과학부가 제4이동통신을 추진했지만 조건에 맞는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 7번 무산됐습니다.

제4이동통신을 사업자가 추진하기 위해서는 최소 2조원 이상을 투자할 만큼의 여력이 있어야 한다는 평가가 미래부 내부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망을 새롭게 투자해야 하고, 사업 초반에 적자가 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최소한 몇 년은 사업자가 버틸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동안 제4이동통신을 신청하는 사업자들을 보면 자금력이 좋은 것이 아닌 것은 맞기 때문에 미래부가 요건을 꼼꼼하게 보는 것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제4이동통신 출범과 관련해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업계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취재 때문에 만난 한 관계자는 생각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저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정부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심사하는 것 보다는, 먼저 제4이동통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5:3:2 구조가 더 견고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확실히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없이는 어떤 사업자도 나타나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자금력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이 제4이동통신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현재 통신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만큼도 성장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문턱을 낮추고 확실히 제4이동통신을 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비춘다면 많은 사업자들이 관심이 가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통3사의 기득권을 허물기란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에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해 보이기도 합니다. 정치적인 이슈로 제4이동통신의 주무부처인 미래부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런 상황이 오히려 기회일 수 있습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각 대권 후보들은 가계 통신비 절감을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를 의욕적으로 추진할 가능성 또한 큽니다. 이 때 제4이동통신에 대한 기준을 낮추고 정부의 확실한 의지와 파격적인 지원이 더해져야지만 제4이동통신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닭이 먼저일까요? 달걀이 먼저일까요?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심사하는 것이 맞을까요? 아니면 기준을 낮추고 정부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맞을까요?

무엇이 정답일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사업자 생각보다는 어떻게 해야 가계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결국 국민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말입니다. 이통3사가 단통법 이후 마케팅비를 절감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나 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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