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국내에 출시된 ‘포켓몬고(GO)’를 해보기 위해 출시 첫 날(24일) 밤에 다운로드를 시도했다. 그런데 오류코드400이라는 안내가 나오면서 다운로드가 되지 않았다. 여러 번 시도하다가 ‘내일이면 수정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포기했다.

다음날(25일) 밤. 퇴근 후 집에서 다시 포켓몬고 다운로드를 시도했다. 같은 이유로 다운이 되지 않았다. 네이버 검색, 구글플레이 댓글 등을 보고 문제를 해결했다. 와이파이를 끄고 LTE로 다운받으니 포켓몬고가 잘 설치됐다. 기쁜 마음에 몇 가지 사항에 동의를 하고 나서 포켓몬고를 본격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윌로우 박사를 만나고 내 캐릭터를 생성했다. GPS를 켜자마자 내 방 근처에 세 마리의 포켓몬이 등장했다.  포켓몬을 잡는데 필요한 몬스터볼(포켓볼)을 던져 가장 맘에 드는 녀석인 ‘꼬부기’를 잡았다. 두 번째 잡은 녀석은 ‘삐삐’였는데 꼬부기와 달리 내 방안에 들어와 있었다. 잠시 후 집 밖 복도에서 ‘우츠동’을 잡았다. ‘니드런’ ‘구구’ ‘아보’ 등을 잡다 보니 1시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몬스터볼도 떨어졌다. 몬스터볼을 보충하려면 근처에 있는 ‘포켓스탑’으로 가야 한다. 조각상, 교회, 큰 건물, 표지석, 안내판, 벽화등 랜드마크를 포함한 개성있는 사물이나 건물이 주로 포켓스탑으로 지정돼 있다. 가장 가까운 포켓스탑은 봉천교회였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봉천교회에 들르기로 했다.

처음으로 잡은 꼬부기와 다른 포켓몬들. 

26일 오전, 출근길 포켓몬고 시작

오전 7시 50분

출근하면서 가장 가까운 포켓스탑인 봉천교회로 갔다. 영하 5도의 추운 날씨 속에서 몬스터볼을 얻었다. 그렇게 얻은 몬스터볼로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앞에 있던 생쥐같은 ‘니드런’을 잡았다.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과는 부딪힐 뻔 했다.

지하철 역사 안에도, 달리는 지하철 안에도 포켓몬은 서식하고 있었다. ‘망키’ ‘파라스’ ‘쁘사이저’ ‘삐삐’ ‘아라리’ ‘뿔충이’ ‘콘치’ 등을 잡으며 영등포구청역까지 갔다. 일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로 인한 부담감 보다는 새로운 몬스터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컸다. 또 지하철이 걷는 속도보다 훨씬 빨라서 ‘이동속도가 빨라 플레이를 제한합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떴다. 서울 지하철의 평균 운행 속도는 시속 50km로 도보의 4~5km보다 10배 빠르다.

오전 8시 17분

5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내린 영등포구청역. ‘아보’라는 뱀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당산공원 시계탑과 영등포구청 분수대 포켓스탑에서 몬스터볼을 충전했다. 이 두 포켓스탑은 2호선과 5호선 환승 통로 중간에서 지상에 있는 포켓스탑인데, 잡힌 것이다. 2호선을 타고 오면서도 ‘성광교회’라는 포켓스탑에서 몬스터볼의 충전이 가능했다. 지하철을 타면서도 굳이 지상으로 안 나와도 GPS상 잡히는 지상의 포켓스탑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지하철역과 2호선 안에서 만난 포켓몬들

8시 35분

마포역 2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엄마가 아이 앉는 동상’ 이라는 조각상 포켓스탑에서 몬스터볼을 충전했다. 이어 ‘흡연구역’ ‘두사람’ ‘메탈 스컬프처’ 와 같은 조각상 포켓스탑서 몬스터볼을 추가로 얻었다. 15분 후 회사에 도착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허가받지 않은 곳에는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구가 떴다. 외국에서 발생한 여러 범죄 때문인 듯하다.

10시 50분

여의도로 가기 위해 5호선 마포역에서 ‘주벳’을 잡으며 지하철을 탔다. 여의도역 근처는 한눈에 봐도 포켓스탑이 많이 눈에 들어왔다.  정몽주 동상, 팔각정서부터 삼천리 표지석, 올레 썬더와 같은 조형물까지 많은 포켓스탑이 눈에 들어왔다. 여의도에는 대형 건물이 많아 큰 조각상이 많다는 점이 포켓스탑이 많은 이유로 유추됐다. 대형물고기 조형물, 금융감독원 건물 앞 조형물2, 빨간 기둥에 큐빅과 같은 포켓스탑에서도 몬스터볼을 충전할 수 있다.

오후 2시 30분

여의도 HPE 건물 앞에서 희귀하게 보이는 ‘뿔카노’라는 녀석을 잡았다. 전경련으로 가는 길에 ‘프테라’를 잡고 전경련 엘리베이터에서 ‘아보’를 잡았다. 지하철에서와 마찬가지로 승강기 내에서 '이동속도가 빨라 플레이를 제한한다'는 경고 문구가 떴다. 전경련에 문의해본 결과 이 승강기의 시속은 21.6km로 평균 도보 속도보다 5배 가량 빨랐다. 전경련 기자실에서는 총 3마리의 포켓몬이 있었는데, 처음 잡아 보는 ‘코일’ 포켓몬이 인상적이었다.

여의도 인근에 있는 포켓스탑

데이터·배터리 소모량 측정

데이터와 배터리 소모량은 사용 환경과 주변 포켓스탑의 수, 등장하는 포켓몬 수에 따라서 달라졌다. 포켓몬고를 걸으면서 할 때와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소모량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기자가 직접 실험해 본 결과 데이터 소모량은 지하철, 버스, 도보 순으로 많았고 배터리 소모량은 지하철, 도보, 버스 순이었다.

먼저 오전 8시 15분부터 오전 8시 50분까지 지하철을 출근 교통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데이터 소모량을 측정해 보니 데이터는 6.44GB에서 6.41GB로 30MB정도 줄어들었다. 35분 플레이를 하는데 30MB정도 소모된 것이다. 1시간 가량 플레이를 한다면 50MB정도 소모된다는 이야기다. 이는 포켓몬고가 시간당 10~20MB정도의 데이터를 소모한다는 일부 보도보다 훨씬 많은 수치였다. 시속 50km에 가까운 지하철의 속도로 인해 GPS가 수시로 위치를 잡느라 배터리 소모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시간 배터리는 59%에서 25%로 34%가 소모됐다. 1시간 정도 플레이에 60%정도가 소모된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보조 배터리가 있어야 돌아다니면서 포켓몬 고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포켓몬고 데이터와 배터리 소모량 (1시간 기준)

26일 밤 750번 버스를 타고 관악구청에서 서대문까지 30분 동안 이동해본 결과 데이터는 6.31GB에서 6,3GB로 약 10MB정도가 소비됐다. 한시간 사용시 20MB정도가 소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는 14%가 소모돼 한시간에 28%가 소비될 것으로 유추됐다. 

같은 날 서울대입구역 인근 거리에서 30분 동안 도보로도 실험을 해 봤다. 약 10여개의 포켓스탑을 거치며 15마리 정도의 포켓몬을 잡으며 데이터와 배터리 소모량을 측정했는데, 데이터 소모량은 모바일 T월드 앱상으로는 6.31GB에서 6.31GB로 변동이 없었다. 한자리수의 소모량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배터리는 25%가 닳아 1시간에 50%정도 닳을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오후 10시경 기온이 영상2도임에도 쌀쌀한 날씨 탓에 실내보다 배터리가 빨리 소모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자의 폰은 2015년 6월 구입한 삼성전자 갤럭시S6며 통신사는 SK텔레콤이다.

포켓몬고의 경고문

안전문제도 중요

포켓몬고를 보고 걷다 보니 사람들과의 충돌 및 골목에서 자동차와의 충돌이 우려됐다. 외국에서는 이미 포켓몬고를 하다가 맨홀에 빠진 사례 등이 보고됐다. 이런 이유에서 포켓몬고의 초기 실행 화면에는 ‘주변을 잘 살펴서 항상 주의하면서 플레이해주십시오’라는 문구가 뜬다.

윤형섭 상명대 게임학과 교수는 “포켓몬고가 출시된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한국에서도 외국에서 처럼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며 포켓몬고 플레이어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포켓몬고는 기본 컨셉이 걸어다니고 움직이면서 게임을 즐기라는 것이라서 남녀노소 누구나 다 좋아할 만한 요소를 지녔다”며 “국내 출시가 6개월 가량 늦었음에도 이정도 열풍을 만들어 내는 것은 굉장한 기획력”이라며 포켓몬고의 열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포켓몬고는 26일 현재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 무료게임부문 1위에 랭크돼 있다.

포켓몬고 구글플레이. 앱스토어 순위 (사진=게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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