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후 다시 접속 하세요.'

이것은 공공기관 웹사이트를 접속할때 빈번하게 등장하는 문구입니다. 액티브X 또는 별도의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만 이용 가능하다는 표시입니다.

2016상반기 국내 웹브라우저 점유율 (자료=KISA)

최근 인터넷 웹브라우저 이용 순위를 살펴보면 인터넷 익스플로러(IE)는 줄어들고 크롬은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IE에서만 사용가능한 액티브X을 설치해야만 이용 가능한 웹사이트들이 있습니다. 정부 공공기관 웹사이트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습니다. 

정부는 지난 2009년 5월 웹표준 강화을 위한 '전자정부 웹표준 강화 종합대책'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여기에는 특정 웹브라우저에 상관없이 전자정부 서비스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추가로 2011년까지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공기관 웹사이트 50여곳을 웹표준화시킨다는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고용보험 웹사이트 이용하기 위해 설치해야하는 보안 프로그램

하지만 2017년 현재까지도 여전히 다수의 공공기관 웹사이트에선 IE만이 로그인할 수 있습니다. 크롬이나 엣지 등 타 브라우저에서는 보안 프로그램이 무한 설치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세청 홈택스 웹사이트. 필수 프로그램을 설치해도 크롬과 엣지에서는 재설치 해달라는 메시지만 반복된다.

특히 연말정산 시즌을 맞아 직장인들이 '국세청 홈택스'를 접속할 경우가 빈번한데, 이 때 IE에서는 보안 프로그램을 몇번 설치하면 이용 가능하지만, 크롬이나 엣지에서는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도 계속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메시지가 나와서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웹사이트. 크롬과 엣지에서는 보안프로그램을 재설치 해달라는 메시지만 나온다.

국세청 홈택스뿐만 아니라 '인터넷 지로', '민원 24',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공단', '고용보험공단' 등 일반 국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공기관 웹사이트도 IE을 제외한 나머지 브라우저에서는 오류가 나거나 보안프로그램을 계속 설치하라는 메시지만 나올 뿐입니다.

국세청 전산운용과 관계자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012년부터 2000억원을 들여 전산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했는데 당시에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사파리 등 여타 브라우저 이용자가 많지 않아 IE만 지원하기로 했다"라는 다소 황당한 발언도 나왔습니다.

인터넷지로 웹사이트. 크롬과 엣지에서 로그인 오류로 이용이 불가능하다.

정부도 공공기관 웹사이트 비표준 문제를 인식하고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가 함께 비표준 이용환경 개선과 웹표준(HTML5) 확산을 위한 '액티브X 대체기술 도입', '웹표준 전환 지원 사업' 등 다양한 활동에 나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공공기관 웹사이트들의 웹표준화 전환 속도는 매우 느린 편입니다.

액티브X을 만든 마이크로소프트는 해당 기술이 보안에 취약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지난 2014년 더이상 액티브X을 지원하지 않을 방침을 밝히고, IE에서 HTML5을 100% 지원하는 엣지 브라우저로 대체하고 있는 중입니다. 또한 구글도 액티브X을 크롬에서 지원하는 방법 중 하나인 NPAPI을 2015년 더이상 크롬에서 지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제 인터넷 보안과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서라도 더이상 액티브X 등 비표준 기술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언제쯤 국민들이 IE만을 통해서 액티브X 등 비표준화 웹사이트를 계속 이용하지 않아도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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