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최근 한국IBM이 지난 4년간의 외국인 대표 체제를 끝내고 장화진 전 삼성SDS 전무를 신임 대표를 선임하여 새로운 한국인 대표체제를 구축했다. 이로서 중국계 미국인 셜리 위 추이 대표로 시작된 한국IBM의 외국인 대표체제는 IBM호주 지사장이었던 제프리 로다 대표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등장한 한국IBM의 한국인 대표 체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IT 기업의 경우 외국인 대표에서 한국인 대표로, 혹은 한국인 대표에서 외국인 대표로 바뀌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한국IBM이 외국인 대표에서 한국인 대표로 바꾼것은 최근 한국IBM의 힘든 비즈니스 상황을 돌아봤을때 쉬운 선택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첫째로, 한국IBM의 지난 2015년 매출이 10년만에 1조원 이하로 떨어졌다. 2016년 매출 역시 시장 반응으로는 1조원을 넘기 힘들어 보인다. 한국IBM 입장에서는 올해 반드시 매출 1조원을 달성해야한다는 목표의식이 강하다.

셜리 위 추이와 제프리 로다 대표 시절 국내 IT환경은 온프레미스에서 클라우드로 빠르게 변화했다. 하지만 한국IBM은 이러한 변화를 읽지 못하고, 여전히 하드웨어 시장에만 집중했다. 물론 2015년 매출이 1조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클라우드쪽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한발 앞서나간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남은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둘째로, 지난 2012년 이휘성 전임 대표가 물러난 이후 한국IBM은 2013년부터 외국인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이때의 한국IBM은 하드웨어 서버 시장의 마지막 활황기에 맞이했다. 그래서 안정을 중시하는 외국인 대표 체제를 구축해 변화하는 IT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보다는 안정적인 조직관리만을 추구했다. 그리고 이후의 한국IBM은 하락 곡선을 탔다.

장화진 한국IBM 신임 대표. 삼성SDS 출신으로 한국IBM의 구원투수로 선택됐다.(사진=한국IBM)

하지만 1월 5일 한국IBM은 지금까지 갖고 있던 패를 던지고, 새로운 패를 꺼냈다. 바로 장화진 삼성SDS 전무를 한국IBM 대표로 선임한 것이다.

장화진 신임 대표는 2007년 삼성SDS에 입사해 분석 IoT 사업팀, 스마트타운 사업부, 글로벌사업본부 등을 거친 인물이다. 특히 삼성SDS 입사 전에는 제품수명관리 업체인 미국 애자일소프트웨어 부사장으로 일한 바 있다. 이전까지 행보를 보면 장화진 대표는 IoT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에 치중한 마케팅쪽에 일가견이 있어보인다.

작년 중반부터 최근까지의 한국IBM의 움직임으로 보아, 앞으로 한국IBM은 클라우드와 자사의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왓슨을 이용한 의료·헬스케어, 인지AI,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재도약을 위한 신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장화진 한국IBM 대표에 대해서 삼성SDS 출신이라는 것 빼고는 그렇게 알려진 바가 없다"라며 "하지만 삼성SDS 시절 IoT 사업팀 등 머물렀던 곳마다 가시적인 성과를 냈기 때문에 이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장화진 신임 대표 체제하에서 올해 한국IBM은 IoT를 중심으로 AI왓슨과 클라우드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공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장화진 대표 입장에서도 자신이 한국IBM의 구원투수로 선택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매출 1조원을 넘기 위한 한국IBM의 행보, 장화진 대표의 행보가 더욱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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