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오은지 기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업체들이 ARM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까. 전세계 모바일 코어 프로세서 시장의 90%를 장악한 ARM 코어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삼성전자, "ARM 대체 프로세서 급구"
삼성전자는 최근 양산을 시작한 10나노미터(nm) 시스템LSI 공정에 ARM 라이브러리 대신 자체 개발한 라이브러리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브러리는 설계 회로를 실제 웨이퍼 위에 구현할 때 필요한 사항과 디자인 규칙(룰) 등을 포함한 설계자산(IP)을 모은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1990년대 초 신생 기업이던 ARM의 코어를 자사 중앙처리장치(CPU) 개발에 적용하면서 ARM은 성장하기 시작했고, 삼성 역시 모바일 AP 시대가 오면서 ARM 덕을 톡톡히 본 바 있다.
또 ARM 코어를 기반으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ARM 라이브러리를 쓰면 최적화하기 가장 좋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한 이후 로봇 개발 등에서 잠재적인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점, 10나노 이후 라이선스 비용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해 자체 개발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ARM 코어 대신 당장 쓸 수 있는 코어 프로세서는 없지만 열심히 대안을 찾는 것으로 안다"며 "ARM과 삼성전자는 AP 분야 협업의 좋은 사례지만 이제는 갈라 설 준비를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RISC-V 칩 생산 시작, ARM 대체 신호탄 될까
업계는 ARM을 대체할 유력한 프로세서 코어로 'RISC-파이브(V)'를 주목한다. 구글, HP엔터프라이즈(HPE), IBM, 오라클 등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관련 업체들이 RISC-V 주요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프로세서 업체 퀄컴, 엔비디아, NXP를 비롯해 AMD와 메모리 업체들인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등도 가입했다. 중국과학원 계산기술연구소도 RISC-V를 연구한다.
이들의 목적은 뚜렷하다. 기존 인텔의 'X86', ARM '코어텍스(Cortex)' 시리즈를 대체할 수 있는 코어 프로세서 개발이다. ARM처럼 명령어 수를 줄인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ing) 형태다. ARM의 한계로 꼽히는 부동소수점 처리 능력을 향상시키는 한편 ARM 코어와 유사한 전력 효율을 내는 자체 코어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UC버클리 연구팀이 개발해 공개 소프트웨어(오픈 SW) 형태로 제공하기 때문에 별도 라이선스나 로열티 비용도 없다. 자체적으로 코어를 개발하더라도 소스코드를 다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마이크로세미는 최근 RISC-V 기반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를 출시했다. FPGA는 주로 반도체를 개발할 때 쓰이는데, FPGA에 미리 설계 회로를 구현해 테스트를 한 다음 양산 절차에 들어가기 때문에 앞으로 RISC-V 기반 반도체 제품 개발이 활성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