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인 김동선씨가 5일 오전 술에 취해 술집 종업원을 때린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김씨는 순찰차 안에서도 난동을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동선씨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와 함께 국가대표 승마 선수로 활약했다.

잊을만하면 다시 나오는 재벌가의 폭행 혹은 갑질은 이제 새로운 일도 아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수없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장남 장선익씨가 술집에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입건됐다.

작년에는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이 수행 운전기사를 하인 수준으로 부리며 “머리가 나쁘면 물어봐”라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아 공분을 샀다. 정 부사장은 수백가지 조항이 담긴 ‘갑질 매뉴얼’을 작성했다. 분량은 A4용지 140장에 달했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도 작년에 운전기사 갑질 매뉴얼을 만들고 폭언을 일삼아 지탄받았다. 김만식 몽고간장 회장도 수행 운전기사에게 “내가 인간 조련사”라며 머리를 때리고 발로 엉덩이를 걷어찼다.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은 출입문이 잠겨 있다는 이유로 경비원을 폭행했다.

한진그룹의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원태 부사장도 각각 땅콩회항과 막말 논란으로 세간의 비판을 받았다. SK그룹 계열 물류업체 M&M의 전 대표인 최철원씨도 지난 2010년 1인 시위를 하던 화물연대 노동자를 불러다 폭행하고 ‘한대에 100만원’이라며 맷 값을 제시해 공분을 샀다.

재벌가의 갑질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사진=YTN캡처)

한 시민은 “이제 재벌가들의 갑질 논란이 새롭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만큼 밋밋한 이슈가 됐다”며 “분노를 느끼는 것도 잠시 뿐 이제는 그냥 재벌가 사람들은 다 그런가 보다 하는 허탈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분노의 글이 넘쳐나지만 "이제는 근본적으로 제도를 강화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재벌 갑질을 막을 수 있는 근원적인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 "다른 사람보다 재벌을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와 같은 해결방안도 올라와 있다.

전문가들은 재벌 갑질의 근본적인 이유로 재벌가의 삐뚤어진 특권의식을 지적했다.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은 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보니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막 대하는 재벌가 사람들을 보면 돈을 주는 입장에서 ‘내가 돈을 주는데 왜 불만이지’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갖고 있는 거 같다”라며 “이런 생각은 본인만의 생각으로 상대방을 굉장히 기분 나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재벌 오너가의 경우 본인의 회사 내 높은 지위를 통해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갖게 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며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더 비도덕적인 상황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재벌가의 일탈이 반복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매번 일이 터진 후 "죄송합니다"를 반복하지만 금세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같은 일탈을 반복하는 재벌가 구성원에 대한 확실한 경각심을 주자는 것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 팀장은 “재벌가 구성원이 부는 물려받았지만 기업윤리나 도덕성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거 같다”며 “어떤 일을 저지르더라도 소유한 지분을 통해 황제경영이 가능한 현재 한국의 재벌 구조 속에서는 비슷한 일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의 세습을 너무 쉽게 하지 못하게 하거나 총수 일가 견제를 위한 이사회 구조 개편과 같이 근본적으로 제도를 바꿔야 재벌가들의 일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재계는 이번 일로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재벌개혁 이슈가 불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에서 나온 개혁보수신당도 야당의 재벌개혁 정책에는 몇가지 부분에서 동의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재벌 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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