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는 여러 여건상 포켓몬 고 게임 서비스가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속초와 울릉도에서 제한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광 상품까지 생길 정도로 붐이 일었다. 

포켓몬 고 게임을 퍼블리싱한 닌텐도는 일본 증시에서 유례없는 수준으로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스마트폰 시장 초기 AR 서비스는 반짝 인기를 얻다 이내 트렌드 뒤안길로 사라졌다. 포켓몬 고는 AR 산업이 아직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결국 킬러 콘텐츠만 받쳐주면 AR, 가상현실(VR) 산업은 얼마든지 꽃피울 수 있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온 AR 기술 사례./ 삼성전자 공식 블로그 캡처

 

 

새로운 듯하지만, 이미 익숙한 ARㆍVR

 

 

일반적으로 대다수 사람들이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과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을 정확하게 구분짓지 못한다. 

VR은 실제와 유사한 어떤 환경이나 상황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컴퓨터 등을 사용해 그래픽으로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다. 사용자는 가상의 공간에서 여행을 하거나 게임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AR은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포켓몬 고 게임이 대표적이다. 

구글글래스는 AR을 적용한 대표적인 디바이스이다. 의료·교육 분야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AR 산업 발굴에 적극적이다. MS는 지난 2015년 윈도10을 발표하면서 ‘홀로렌즈(HoloLens)’를 공개했다.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가 출시됐다. AR을 활용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AR 관련 특허 출원도 2010년을 기점으로 급속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킬러 콘텐츠 부재로 AR은 일부 공공기관, 박물관, 유적지, 미술관에서만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다. 포켓몬 고 게임 열풍이 국내 AR 시장 변화에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AR·VR 시장규모는 52억 달러로, 2020년 30배 이상 성장한 16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181.3%에 이른다. 

이미 AR 및 VR 기기는 침체에 빠진 국내 IT 산업 신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했다. 

부품뿐 아니라 콘텐츠 수요 확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AR 기기./ 삼성전자 공식 블로그 캡처

 

 

 

AR・VR산업,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 성능 개선 촉발

 

 

AR·VR 산업 활성화로 직접적인 수혜를 보는 영역은 반도체·디스플레이다. 

고급 AR·VR 콘텐츠를 가동하려면 고성능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그래픽프로세서(GPU) 성능이 지금보다 훨씬 개선돼야 한다.

UHD급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도 필요해진다. LCD보다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VR 구현에 유리한 만큼 향후 고가 스마트폰에 대거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AM OLED는 명암비가 높아 현실과 가까운 영상을 구현하는데 장점이 있다. 반응 속도도 빨라 잔상 효과도 거의 없다. LCD는 잔상 효과 탓에 VR 사용자에 멀미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 

오큘러스·소니·삼성전자 등 주요 업체들은 AM OLED 기반 VR을 출시하는 추세다.

모바일 D램 수요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고가 스마트폰에는 2~4GB LPDDR4 D램이 장착된다.  AP와 디스플레이 성능이 높아지면 더 많은 용량의 모바일 D램이 필요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D램 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된다. 대덕전자·심텍 등 반도체 기판(substrate) 공급 업체도 물량 확대로 긍정적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 등 영상 관련 후방 산업도 AR·VR 시대에 주목받고 있다. 간단한 AR·VR 영상을 촬영하려고 해도 듀얼 카메라·광각 렌즈·자동초점 액추에이터(AF) 등 고성능 소재·부품이 필요하다. 

게임·영상 등 콘텐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3D 영상 기술을 보유한 레드로버, VR 게임 제작 업체 조이씨티, 영상 시각효과 제작 업체 덱스터 등이 VR 콘텐츠 시장 확대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하드웨어 소재·부품과 달리 해외 업체들과 경쟁에서 어느 정도의 경쟁우위를 확보했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AR/VR 시장 전망./ 디지털캐피털 제공

 

 

 

AR・VR 산업 생태계 구축 위한 '합종연횡'...우리의 선택은

 

  

글로벌 업체들은 AR·VR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합종연횡(合從連衡)’을 진행 중이다. 

인텔은 얼마 전 스마트 안경 제조 업체 레콘을 인수했고, 페이스북은 VR 선두 업체 오큘러스를 샀다. 

애플은 아직 VR을 출시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를 영입하고 핵심 특허를 출원하면서 상업화를 추진 중이다. 소니는 게임 등 VR 콘텐츠를 잇따라 공개하면서 브랜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VR 시장 성장을 기회로 비디오·콘솔 게임 사업을 재도약시킨다는 목표다. 대만 HTC는 세계 게임 유통 업체 STEAM 및 게임 업체 VALVE와 손잡고 지난해 VIVE를 출시했다.

이미 구글 등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들은 저렴한 카드 보드를 공급하고, 소스 공개로 VR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스마트폰에 이어 VR 플랫폼도 선점하려는 의도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기업 틈바구니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기기 및 소재부품(D)을 중심으로 취약한 부분은 보완하고, 강점은 키워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플랫폼을 제외하면 나름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협력이 제대로 안 돼 산업 생태계가 선순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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