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각)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2억932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3분기 연속 손실로, 1년 전보다 59%나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3% 증가(12억 7000만달러)했음에도 적자폭이 커진 것은 2차 전지 자체 생산설비인 기가팩토리(Gigafactory)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기가팩토리에 투자하는 금액만 5조원이 넘는다. 테슬라는 기가팩토리 투자를 통해 2018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가격을 현재의 3분의 2 수준으로 내린다는 목표다.
기가팩토리 1차 양산 시작...배터리 시장 레드오션 化
기가팩토리의 완공은 오는 2020년이지만, 테슬라는 지난달 29일 14% 공정이 진행된 상태에서 1차 양산을 시작했다. 테슬라는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우선 ‘모델S’⋅’모델X’ 등 자사 전기차에 탑재한다.
그러나 오는 2020년 공장이 완공되면, 기가팩토리는 테슬라 자체적으로 필요한 배터리 뿐만 아니라 외부 판매를 위한 배터리까지 생산할 계획이다. 매년 50만대의 전기차에 장착할 수 있는 배터리가 쏟아져 나오는데, 수요에 따라 에너지저장장치(ESS)⋅노트북용으로도 판매하기로 했다.
당장 삼성SDI⋅LG화학 등 배터리 전문 업체들로서는 강력한 경쟁 상대가 등장하게 된 셈이다. 특히 테슬라가 대규모 생산시설을 통해 가격 경쟁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강력한 가격 하락 압박도 예상된다. 테슬라는 기가팩토리 건설로 2018년까지 전기차용 배터리 가격이 현재의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기가팩토리의 1차 목적은 테슬라 자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이기 때문에 공장이 100% 가동돼 물량이 남을 때 기타 업체에 공급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배터리 저가 경쟁 불 지피나
이미 전기차용 배터리 업계에는 공급과잉 및 저가 수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테슬라 기가팩토리에 중국 업체들까지 조단위 금액을 배터리 생산 설비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3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은 2020년까지 300억위안(약 5조1000억원)을 투자해 매년 배터리 생산 능력을 2배씩 키우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20년에는 배터리 생산 능력을 50GWh까지 늘리기로 했다.
CATL 뿐만 아니다. 올 상반기 중국 업체들이 밝힌 설비 투자 규모는 20조원에 달한다. 하반기까지 더하면 30조원은 거뜬히 넘을 전망이다. 삼성SDI⋅LG화학이 매년 1~2조원 투자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중국 내 설비 투자 규모를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지난해 10월 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자사가 사용하는 전기차 배터리 가격을 공개했다. 현재 GM의 전기차 배터리는 LG화학이 공급 중인데, GM에 따르면 LG화학 공급가는 KWh(킬로와트시) 당 145달러에 불과했다. GM은 배터리 가격이 2022년까지 100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2차전지 업계서는 LG화학의 공급가가 업계 평균 대비 3분의 1 이상 낮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평균 가격은 KWh 당 200달러선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배터리 업체들이 매년 조단위 투자를 단행하는데다, 테슬라⋅폴크스바겐⋅도요타 등 자동차 업체들도 자체 생산설비를 갖추기 시작했다”며 “2차 전지 업계 전반적으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