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석현 기자.

올해 초 한국디스플레이학회는 의미 있는 시도를 했습니다. 코오롱그룹 자회사였던 네오뷰코오롱을 인수해 ‘K-OLED(가칭)’를 설립할 계획이었죠.

네오뷰코오롱은 코오롱그룹이 수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PM OLED) 사업을 위해 지난 2000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시장이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로 무게가 쏠리다 보니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10년 이상 어려움을 겪어 왔죠.

물론 학회가 네오뷰코오롱 인수를 시도했던 건 PM OLED 사업이 탐나서는 아닙니다. 학회는 K-OLED를 설립해 중국으로 가는 삼성⋅LG디스플레이 퇴임 연구원들을 붙잡으려 했었습니다.

K-OLED를 연구개발 전문회사로 만들고, 퇴임 임원들에게 소정의 급여를 줄 계획이었지요. 이는 회사도 살리고, 국산 OLED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최적의 대안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학회의 K-OLED 설립 시도는 무산됐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삼성⋅LG디스플레이 퇴임 연구원들에게 수억원의 연봉을 제시하는 마당에 K-OLED가 그들의 발길을 잡을 만큼의 연봉을 보장할 수 있겠느냐는 현실론 때문입니다.

K-OLED 설립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학회가 나서 첨단 기술 유출을 막고자 노력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연구활동 중심의 학회가 이처럼 OLED ‘두뇌 유출’에 발벗고 나선 것은 그 만큼 중국 업체들의 인재 빼가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중국 회사들은 삼성⋅LG디스플레이 연구원들을 데려다가 기존 연봉의 3~5배까지 줘가며, 공정기술을 습득하고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중국 BOE는 아예 삼성디스플레이 출신 수석연구원으로 구성된 팀이 OLED 라인 구축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 A2~A3 라인 구축에 참여했었던 J수석연구원이 협력사들을 그대로 데려다가 BOE의 OLED 라인 구축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J수석연구원 외에도 BOE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출신 연구원 십수명이 취업해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학계서는 국내 패널 업체들과 중국 업체들의 OLED 양산 경쟁력 격차가 최소 3년, 길게는 5년 이상으로 추정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국내 인재들의 중국 재취업이 봇물을 이룬다면, 그 격차는 점차 줄어들겠지요.

이는 국내에 뿌리 내린 OLED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동반 위기를 뜻합니다. LCD와 달리 OLED는 국내 협력사들의 뿌리가 더 깊습니다. 한국 LCD산업이 일본의 양산 주도권을 이어 받았다면, OLED는 양산 부문에서 한국이 종주국이기에 그렇습니다.

학회가 비용 부담 때문에 망설였던 K-OLED 설립을 정부가 이어 받아 추진해야 할 명분도 여기에 있습니다. OLED는 단순한 제조업이 아닌 LCD를 대체할 국가 신성장동력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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