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光)픽업(pick-up) 모듈 전문업체 옵티스가 자회사 TSST(도시바삼성테크놀로지) 기업 회생 절차에 이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대체 기술이 등장하면서 광 저장장치 시장 축소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주요 투자자가 발을 빼면서 자금 경색은 더욱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옵티스는 이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 2013년 인수한 TSST와 동시에 처리할 예정이다.

 

투자가 화 불렀나

TSST는 지난 2004년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특허소송을 피하기 위해 각자 출자해 만든 회사다. DVD 등 광저장장치를 생산해 각 기업의 PC와 DVD플레이어용으로 공급했다. 옵티스는 DVD에 저장된 데이터를 읽어들이는 센서(광픽업) 모듈을 제조해왔다. 두 회사 모두 삼성광통신(현 삼성전기로 일부 흡수) 출신 인력들이 다수 포진했다.

옵티스는 진대제 전 장관이 대표로 있는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로부터 추자를 받은 후 지난 2013년 TSST를 인수했다. 당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가 카메라모듈이었다. 경쟁 광픽업모듈사인 아이엠이 자동초점(AF) 엑추에이터 등으로 고성장하던 시기다.

삼성의 휴대폰과 부품사업을 잘 아는 진대제 대표가 이를 염두에 두고 광학 전문 업체를 발굴해 지원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옵티스가 생산하는 광픽업모듈. /옵티스 홈페이지 제공

하지만 옵티스는 지난해 팬택 인수에도 나섰고, 팬택 지분 4% 가량을 취득했다. 이 때 반대의사를 표명한 스카이레이크가 투자금을 회수했다. 고객사와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든든한 투자자가 손을 떼면서 자금 유입이 둔화되고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TSST를 인수할 때도 광픽업모듈과 ODD 회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며 "회사 자체적으로도 답을 찾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ODD 시장의 한계

ODD 시장은 한계가 뚜렸했다. 가정용 DVD 역시 인터넷 스트리밍서비스, 미러링 기술이 보편화 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어 ODD 명맥이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경쟁 기술인 SSD는 속도가 빠른데다 면적을 덜 차지한다. 열 발생도 적어 별도 쿨링팬이 필요 없다.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에 미세 공정을 빠르게 적용하면서 SSD 가격 내림새도 가팔라졌다. 

지난해부터는 3D 낸드플래시 양산돼 비트그로스(Bit Growth)를 높이기도 쉽다. 용량별 낸드 가격은 더욱 저렴해질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64Gb 8Gx8 멀티레벨셀(MLC) 평균 가격 추이(단위: 달러). /D램익스체인지 제공

지난해 낸드플래시 64Gb 멀티레벨셀(MLC) 평균 가격이 3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낸드플래시가 쓰이는 기업용 SSD 전세계 평균판매가격(ASP) 역시 지난 4분기 411달러에서 올해 1분기 395달러로 하락하고 있다. 

옵티스는 자구책으로 카메라용 AF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고, TSST는 휴대용 충전기와 스피커 등을 추가하면서 돌파구를 찾았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SSD 업계 관계자는 "258GB 보급형 SSD가 10만원대 초반에 팔리고 있다"며 "플로피 디스크가 명맥을 다 한 것처럼 ODD 역시 다른 저장장치로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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