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석현 기자.

요즘 디스플레이 업계 화두는 단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입니다. 내년에 애플발(發) OLED 수요가 촉발되면 패널⋅장비⋅소재⋅부품 전 부문에 걸쳐 공급 부족이 예상됩니다.

최근의 OLED 사이클은 제 3자가 봐도 회사 명운을 걸어도 좋을 만한 기회입니다. 그럼에도 업계 곳곳에는 아직 의구심이 많습니다. 불안함의 요체는 “투자 했는데 수요가 없으면 어떡하지”로 귀결됩니다.

업계의 이 같은 우려는 학습효과 때문입니다. 최근 IT 업계에서 기자가 기억하는 ‘공급과잉 사태’는 두 번입니다.

한 번은 2010년 발광다이오드(LED) 설비 과잉투자로 인한 가격 폭락, 다른 한 번은 역시 2010년 설비 과잉공급에 따른 태양전지 가격 폭락 사태입니다.

2009년 삼성전자가 LED를 백라이트유닛(BLU)으로 적용한, 속칭 ‘LED TV’를 내놓으면서 LED 업계는 전에 없던 호황을 맞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지요. 한국⋅일본⋅대만에 이어 중국 업체들까지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1년만에 업황은 급전직하합니다. TV 판매량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 LED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탓입니다.

디스플레이는 아니지만 태양광 업황도 이와 비슷합니다. 2008년 1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고유가에 힘입어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폭발했고, 이는 태양광 과잉 설비투자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2010년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 태양광 전 부문에 걸친 업황부진과 구조조정을 야기합니다.

일각에서는 OLED도 LED나 태양전지처럼 공급과잉 사태가 일어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합니다.

저는 OLED와 LED⋅태양전지의 양상은 크게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OLED 산업에는 LED⋅태양전지 공급과잉을 촉발했던 장비 업체들이 없습니다.

독일 엑시트론과 미국 비코는 LED 호황기때 연간 수백대의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를 판매했습니다. 두 회사의 기술 수준이 비슷한데다 장비 생산능력까지 단기간에 경쟁적으로 끌어올렸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태양전지는 이보다 상황이 더 심각했습니다. 태양전지 장비 시장을 과점하고 있던 독일 센트로섬⋅로스앤드라우는 일명 ‘개런티 영업’으로 수주를 싹쓸이했습니다. 개런티 영업은 장비를 구매하기만 하면 생산 수율을 보장해주는 방식입니다. 두 회사의 개런티 영업 덕분에 제조업 경험도 없는 회사들조차 태양전지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습니다.

OLED 장비는 일본 캐논도키가 양산장비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고, 국내서 선익시스템이 후발주자로 따라가는 중입니다. 독점인 캐논도키도 생산능력 증대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OLED 설비투자 스케줄이 자연적으로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등 후발 업체들의 과잉 설비투자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산업이 외부환경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도 OLED의 강점입니다. 태양광 시장은 정부 보조금 주도 산업이었습니다. 정부 보조금이 끊기면 언제든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LED는 교체주기가 긴 TV 시장에 목을 맨 점이 패착이었지요. OLED가 타깃으로 잡고 있는 스마트폰은 포화상태이긴 하지만, 교체주기가 2년으로 짧고, OLED 침투율도 20% 미만(2015년 기준)에 불과합니다.

물론 업황에 100%라는 건 없습니다. 다른 어떤 외부환경이 작용해 OLED 산업이 도전에 직면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2010년 경험했던 두 산업(LED⋅태양전지)의 공급과잉 사태에 기시감(旣視感)을 가지는 것은 지나친 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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