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14년 설립된 바커케미칼은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화학 업체다. 최근 화학 업황이 나빠지면서 다우케미칼, 듀폰 등 글로벌 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바커는 오히려 성장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53억유로(약 3조2559억원)를 거뒀다. 지난 2014년 대비 10%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4% 증가했다. 법인세 등 차감전 영업이익(EBITDA)은 19.8% 기록하는 등 고수익을 냈다. 올해도 3개 케미칼 사업부문(실리콘⋅폴리머⋅폴리실리콘) 개별 매출액이 각각 4~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 뮌헨 본사 인근에 위치한 부르크하우젠 공장을 찾아 바커의 지속 성장 비결을 알아봤다.

 

독일 바이에른주 부르크하우젠 바커케미칼 공장.

 

지속 투자가 이뤄지는 첫번째 생산기지, 부르크하우젠

독일과 오스트리아 접경, 알츠강과 잘차흐강 사이에 자리잡은 부르크하우젠은 언뜻 보면 농경지역 같다. 밤낮 조용하고 여유로운 도심,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걸어서 오가는 지역 주민들과 낮은 지붕을 한 집들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강수량이 풍부한 두 강은 알츠 운하로 이어져 있어 농사를 짓고 살기에 더할나위없이 좋다.

마을 중심지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벗어나면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거대한 화학산업 단지가 눈앞에 들어온다. 화학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가 높은 철제 건물과 탑들이 어지럽게 서 있다. 바커의 가장 오래된 생산기지인 부르크하우젠 공장이다. 1914년 조성된 이 공장은 주변 ‘바이에른 화학삼각지’에 몰려 있는 20여개 화학기업 공장들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부르크하우젠과 바커케미칼 공장.

동서남북으로 난 게이트를 통과하면 공장과 공장을 잇는 파이프들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클라우스 밀라트 부르크하우젠 공장 커뮤니케이션 이사는 “이 관들로 각종 원료와 부산물들을 실어나른다”고 말했다. 기본 원료인 규소 원석, 암염, 에틸렌, 아세트산, 메탄올과 기타 보조재들이 파이프나 트럭으로 운반되고, 공장을 경유해 폴리실리콘, 초고순도 실리콘 웨이퍼, 실리콘, 실란, 흄드실리카, VAE디스퍼젼 수지, VAE 분말 수지, 고체 수지 등 약 3000가지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부르크하우젠 공장 내에서 화학 원료를 직접 보기는 힘들다. 수송관을 통해 원료가 공급된다.

부지 면적은 총 2.3km2다. 생산 유닛 130여개에서 1만여명의 직원이 3교대로 일한다. 공장 가운데는 운하가 가로지르면서 물을 공급하고, 철길이 공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철로로 각종 원료와 제품을 실어나른다. 지난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 약 100만톤 중 절반이 기차로 운송됐다. 브레머하펜, 함부르크 항구로 매일 직항열차가 다닌다. 공장 한켠에 위치한 화물터미널에는 트럭 수십대 주차 공간이 있다.

100년이 넘은 공장이지만 이 지역에도 계속 투자가 이뤄진다. 지난해 VAE 분말 수지 공장 증설에 약 2000만유로를 투자해 연간 생산량을 5만톤 늘렸다. 공장 내부에는 VAE 분말 수지 대표 브랜드인  ‘비나파스(VINNAPAS)’가 찍힌 포대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습기를 말려 고순도 분말을 제조하는 과정부터 포대에 담기는 과정까지 자동화돼 있다. VAE디스퍼젼 분말 수지는 타일 접착제, 외단열시스템 등에 쓰인다.

기능성 실리콘오일부문에도 2600만유로 투자가 단행돼 올해부터 증설공사가 시작된다. 코팅, 제지, 화장품 등에 쓰이는 중간재다. 생산량은 종전보다 70% 늘어났다.

 

3D프린팅, 실리콘 이형코팅 센터... 혁신은 계속된다

바커의 설립 모토는 ‘내일의 솔루션 창조(Creating tomorrow’s solutions)’다.

지난 2014년부터 바커는 3D프린팅 시장 진출을 목표로 부르크하우젠에 프린터 공장과 오픈프린트랩(Open Print Lab)을 개소했다. 실리콘을 소재로 하는 첫 3D 프린터가 이 곳에서 개발됐다.

바커 오픈 프린트랩에서 개발된 3D프린터. 2세대 제품으로 약 10세제곱미터 부피의 실리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바커 제공

실리콘 이형코팅용 응용센터 역시 공간을 늘렸다. 380m2 넓이 코팅센터에는 다양한 파일럿 코팅설비가 구비돼 있다. 이형코팅 담당 직원은 “파일럿 연구 설비로도 1분에  100m 코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코팅센터의 파일럿 코팅 장비. 1분당 100m 코팅이 가능하다.

생산설비 혁신도 주목할만하다.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염산 등 환경오염물질을 재활용해 외부에 유출하지 않고, 부산물은 다른 공정 원재료로 활용한다. 비용절감, 친환경 환경 조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업무도 디지털화되고 있다. 예를 들면 폴리실리콘사업부는 컨테이너 자동적재 시스템을 갖췄다. 컨테이너의 트레일러에 마이크로컨트롤러를 장착해 펠릿 상하차 작업이 100% 자동화 돼 있다. 실트로닉스가 생산하는 웨이퍼에도 생산 라인마다 관리감독 코드가 각인된다. 제조 설비가 마모됐는지 등을 자동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밀라트 이사는 ““공장 내에 365일 운영되는 소방서와 응급실이 있고 전문의와 상담사, 물리 치료사가 상주하면서 직원 건강 관리를 한다”며 “고용 인원도 늘리고, 직원 복지도 계속 업그레이드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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