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혼하이정밀공업이 일본 샤프를 인수한다. /샤프 제공

일본 전통의 전자기업 샤프가 대만 혼하이정밀공업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애플 아이폰 위탁생산의 60%를 담당해오던 혼하이그룹은 이로써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 기술을 조기에 습득하는 한편, OLED TV 등 기타 가전 시장까지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BOE 10.5세대 투자에 이어 샤프까지 혼하이정밀공업에 넘어가면서 10세대 이상 대형 LCD 시장 패권은 중화권 기업으로 완전히 넘어갈 전망이다.

25일 니혼게이자이,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샤프는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혼하이정밀공업의 7000억엔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의결했다. 샤프는 지난해(2014년 4월~2015년 3월)에만 2223억엔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으며, 오사카 본사 건물까지 매물로 내놓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해왔다.

혼하이정밀공업과 함께 일본 민관 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JC)도 샤프 인수 경쟁을 벌였으나 혼하이가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제시함으로써 최종 인수전에서 승리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기술 유출을 우려해 샤프 매각을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양측이 제안한 금액차가 워낙 컸다.

KINEWS는 혼하이정밀공업의 샤프 인수 의미를 정리했다.

 

① 혼하이, LTPS⋅옥사이드 TFT 기술 확보가 목적

지난 2014년 팀 쿡 애플 CEO가 폭스콘 공장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 /애플 제공

혼하이의 샤프 인수는 LCD 산업 내재화 보다는 기술 업그레이드 목적이 강하다. 혼하이는 이미 이노룩스라는 LCD 패널 업체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이노룩스는  대만 가오슝 8세대 라인과, 타이난 7.5세대 라인을 비롯해 5~6세대 중소형 라인까지 가동 중이다. 그러나 이들은 비정질실리콘(a-Si)을 기판으로 사용하고 있어, 최근의 고화질 제품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에 비해 샤프는 지난해 1분기까지 아이폰용 LTPS LCD 공급 점유율이 30%에 달할 만큼 고화질 디스플레이 생산 기술이 높다.

여기에 샤프는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아이패드 프로’에 옥사이드 TFT를 적용한 12.9인치 LCD를 단독 공급했다. 옥사이드 TFT는 LG디스플레이가 TV용 WOLED의 기판으로 활용하고 있다. 샤프 인수를 통해 장차 WOLED 패널 시장에도 손쉽게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 셈이다.

 

② 일본 LCD 산업의 종말

샤프가 혼하이정밀공업에 인수되면서 일본은 대형 LCD 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됐다. 한때 LCD 산업의 종주국으로써 한⋅중⋅일 삼국시대를 이끌었으나 앞으로는 중소형 LCD 시장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2008년 샤프는 일본 소니와 손잡고 사카이 공장에 4000억엔을 투자했으나 결국 이 투자 손실로 샤프는 어려움에 처해졌다. /샤프 제공

현재 일본 국적으로 남은 8세대 이상 LCD 라인은 파나소닉이 보유한 히메지 8.5세대 라인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 공장도 2011년 중소형 패널 라인으로 전환하면서 TV용 패널은 생산하지 않고 있다.

 

③ 대형 디스플레이 패권, 차이완으로

반대로 대형 LCD 분야에서 중화의 패권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BOE가 10.5세대 라인 투자를 공식화했고, CSOT 역시 올해 안에 10세대 이상 신규 투자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여기에 샤프까지 혼하이로 넘어가면서, 10세대 이상 대형 LCD 패권이 중화권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수순이다. 샤프는 지난 2009년 3분기부터 사카이 공장에서 10세대(3130mm X 2880mm) 월 7만2000장 규모의 LCD 공장을 가동 중이다. 10세대 LCD 패널로는 최대 80인치 TV용 LCD까지 생산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삼성⋅LG디스플레이가 중화권 업체들을 따라 10세대 이상 LCD 투자에 나서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BOE는 10.5세대(2940mm X 3370mm) 월 9만장 생산 라인에 약 7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최근 TV 시장 침체 여파로 대형 LCD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투자금 회수에 최소 10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영업이익률 8%, 연평균 패널 가격 하락폭 10%를 가정했을 때 투자금 회수까지 10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설사 삼성⋅LG디스플레이가 10세대 LCD 투자에 나선다 해도, BOE⋅샤프에 이어 CSOT까지 가세한다면 3~4년 뒤 10세대 이상 LCD 시장 역시 포화될 게 뻔하다. 감가상각이 끝난 샤프 10세대 라인, 정부 지원금으로 설립한 BOE 10.5세대 라인과 경쟁하는 것은 출발선이 다른 마라톤 경기를 뛰는 것과 같다.

차라리 중화권 업체들과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나 8K 대형 OLED 분야에 투자해 시장을 선점하는 게 훨씬 승산이 높다.

삼성디스플레이 OLED 전시관.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업계 관계자는 “10세대 투자를 하려 했다면 이미 2~3년 전에 추진했어야 한다”며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화권과 경쟁을 피하려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나 8K 대형 OLED에 집중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