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물인터넷(IoT) 산업의 전진 기지로 키우기 위해 정부가 1405억원을 투자한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전용 공장이 결국 문을 닫고, 장비는 정부산하기관이 나눴다. 

제대로 된 로드맵 없이 일단 인프라부터 투자한데다 관리 부처가 정권에 따라 3번이나 바뀌면서 방치된 결과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인천 송도에 위치한 지멤스(GMEMS)는 누적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MEMS팹을 청산했다. 그동안 투자했던 MEMS 제조용 장비는 포항 등 전국 4개 지역 정부산하기관 연구소에 무상 증여했고, 나머지 장비는 서울대ㆍ성균관대 등 학교 연구실에 기증하기로 했다. 

 

지멤스팹의 파운드리 서비스. /지멤스 홈페이지

 

지멤스 관계자는 "계속 운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지난해 가동을 중단했다"며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해 장비는 국내 연구소에 이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정보통신부와 인천시는 IoT 시장이 도래할 것으로 내다보고 국내에 센서와 통신 관련 연구개발(R&D)과 제조를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지난 2008년 NIPA 주무부처가 지식경제부가 되면서 RFID/USN센터로 변경됐고, 지멤스는 지난 2011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갖고 있던 송도 팹을 민영화 하면서 설립됐다. NIPA가 지분 49%를 갖고 있다.

지멤스는 대주주인 ISC와 은행 등에서 200억원 가량을 차입해 회사를 운영해왔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만 거듭했다.

MEMS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작은 기계장치를 얹은 형태의 소자다. 물건의 위치와 움직임을 측정하는 자이로, 가속도, 압력 센서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MEMS 업체들은 6인치 웨이퍼 장비를 쓰지만 지멤스는 상대적으로 고가에 가동하기 까다로운 8인치 장비로 팹을 구성했다.

 

MEMS 구조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것. /memx.com

 

국내 중소기업을 위한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국내에 MEMS 제조 수요도 예상보다 적었다. 아직 IoT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고,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 업계가 지난 몇 년간 침체되면서 신규 제품 개발이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설계와 공정 모두 까다로운 MEMS는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각 부처의 이해관계에 따른 부침도 겪었다. 현재 MEMS팹의 가장 큰 수요처인 센서 산업 진흥 업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로 담당한다. NIPA는 산자부 전신격인 지식경제부 산하기관에서 현정부 들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으로 바뀌었다. 소관 부처가 바뀌면서 인프라에 대한 논의는 거의 사라졌다. 

지멤스는 지난 2014년말 순손실 513억1000만원을 기록했고, 작년에는 아예 가동을 멈췄다. 민간기업으로 300억원 가량을 출자한 ISC도 약 2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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