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는 '최초' 휴대폰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단지 5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모토로라는 인류의 생활상을 완전히 뒤바꾼 혁신 기업이었지만 이후 나타난 후발주자에 밀려났다.

모토로라와 직접 경쟁하던 노키아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휴대폰 시장 1위를 고수하던 노키아 역시 새로운 물결을 당해내지 못했다.

실패한 기업들이 왜 실패 했고, 새롭게 뜨는 기업들은 왜 성공할까. 특히 기술이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첨단 제조업 분야는 더욱 상위 기업의 재편이 빠르다. 시장 전환기 승자와 패자가 된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하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성공할지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휴대폰 시장 점유율 변화./가트너, IDC 등 취합.

 

ⓛ노키아의 부상, 선택과 집중 vs 다각화

휴대기기 시장에서 '모토로라 시대'를 마감한 건 노키아다. 노키아는 1998년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뒤바뀌었던 1998년을 전후로 두 회사는 다른 전략을 폈다. 당시 2세대(2G) 이동통신 시대가 열리면서 각국은 두 가지 통신 규격을 놓고 표준 경쟁을 벌였다. 유럽 등이 사용하는 '국제이동통신시스템(GSM)' 진영과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진영이 각축하다 70% 이상의 국가가 GSM을 채택했다.

이 때 노키아는 GSM에 주력하는 전략을, 모토로라는 전세계 모든 규격을 모두 지원하는 전략을 폈다.  결과는 노키아의 승리였다. 1998년 노키아가 세계 휴대폰 시장 1위로 올라섰다.  

노키아 로고.

노키아는 생산 전략도 달랐다. 하나의 휴대폰 플랫폼 위에 다양한 기능의 모듈을 각각 장착하는 방식을 썼다. 각국의 문화나 상황에 맞게 기능 모듈만 교체하면 되는 이 방식 덕분에 생산성이 높아졌고, 시장 대응력도 빨랐다. 

하지만 약 10여년 후 선택과 집중 방식은 되려 노키아의 발목을 잡았다. 노키아의 수석디자이너였던 프랭크 누오보는 지난 2012년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노키아의 치명적 실수'를 언급하며 "(스마트폰 시장을) 우리가 완전히 잡을 수 있었는데”라고 회고한 바 있다. 

터치스크린에 카메라를 장착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결국 생산 결정이 나지 않아 사장시켰다. 피처폰 시장에 집중한 결과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자사 '심비안'을 고수하다 결국 iOS와 안드로이드 진영에 밀려났다. 

기업가로서는 한가지에 집중하는가, 다각화하는가 고민될 수밖에 없다. 성공 여부는 시장과 혁신성이 가르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시장에 혁신이 필요한지, 또는 집중이 필요한지, 이 혁신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인지 결정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②노키아의 몰락,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에 자리를 뺏긴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 공급망이 점점 경직됐다. 노키아와 거래하던 한 국내 반도체 업체 사장은 "노키아에 제품이 채택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며 "노키아 휴대폰 설계팀이나 구매부서와 접촉하는 게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ㆍ모듈ㆍ칩ㆍ임베디드소프트웨어로 이루어진 수직 구조를 밟아나가지 않으면 노키아 공급사가 되는 게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혁신적인 기술을 노키아 본사 개발팀이 찾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급기야 지난 2004년,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올리페카 칼라스부오 일반 휴대전화 사업부와 스마트폰 사업부를 통합하면서 매출액의 대부분을 담당하던 휴대전화 사업부에 밀려 스마트폰 사업은 길을 잃고 만다.   

 

③혁신으로 성공한 모토로라, 혁신 때문에 추락하다

모토로라는 끝없이 혁신 제품을 내놨다. 최초의 휴대전화는 물론 무전기 '워키토키',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이전 개인 통신수단이었던 '삐삐' 등이 모토로라 작품이다. 폴더폰(스타택), 슬림폰(RAZR) 등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 시장 트렌드를 이끄는 건 모토로라였다.

모토로라는 R&D 비용을 많이 투자하기로도 유명했다. 연간 매출액의 10% 이상을 신기술 개발에 쏟아부었다. 

모토로라가 히트시킨 폴더폰 '스타택'/ 모토로라 제공.

다만 시장 흐름과 맞지 않는 대규모 투자도 했다. 1989년 출범시킨 개인용 위성전화 프로젝트 '이리듐'이 대표적이다. 50억달러(약 6조465억원)를 투입해 위성들을 모아 개인 휴대 통신에 쓰겠다는 구상이었는데,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각국이 2G 이동통신에 투자를 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메탈 느낌의 슬림폰 'RAZR'의 혁신을 스마트폰까지 이어가지 못한 것도 패착이다. 소재나 디자인의 혁신은 있었지만 기능적 혁신이 없었다. 

'모토로라 왕국'에 대한 집착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리듐 프로젝트에 이어 지난 2006년 TPP콤(TPPCom)을 인수해 다양한 칩셋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통합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결과적으로는 제대로 된 통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못하고 모토로라 왕국을 더욱 빨리 무너뜨리는 역할을 했다.   

 

④가격 경쟁은 답이 아니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특허 소송이 한창이던 지난 2013년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5C'를 출시했다. 제조단가가 비싼 메탈 바디 아이폰5S와 달리 플라스틱 케이스를 사용했고, 전체적인 사양을 낮췄다.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을 노린 전략이었다.

 

아이폰 보급형 스마트폰 '5C'./ 애플 제공

스티브잡스 이후 공급망관리(SCM) 전문가로 꼽히는 팀쿡이 CEO를 맡으면서 애플 역시 삼성과 유사한 이원화 전략을 폈다. 원가 절감에 주력하는 '박리다매' 방식을 아이폰에도 적용하려는 시도였다.아이폰에 비해 가격이 저렴했지만 예상과 달리 아이폰5C 성적은 저조했다. 출시 후 한달간 아이폰5C는 1100만대 가량 판매됐다. KGI증권에 따르면 애플의 예상보다 30% 가량 적게 팔린 셈이다.  

하지만 아이폰5C의 실패 이후 애플은 가격 경쟁 정책을 폐기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2014년과 지난해 '아이폰6'와 '아이폰6S'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주력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한 번의 실험이었지만 '원가 경쟁이 답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의 딜레마도 여기에 있다. 삼성과 LG는 미국, 유럽, 일본과는 원가 경쟁력에서 우위에 섰지만 중국 업체와는 가성비에서 밀리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IDC, SA 등 KIPOST 취합

저렴한 인건비, 광범위한 지역(로컬) 공급망,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판매해 마케팅비를 줄이는 방식 등을 구사한 샤오미 돌풍이 시작된 시점은 삼성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꺾이는 시점과 같다.

동일한 시점에 애플은 보급형 스마트폰을 과감하게 배제했다. 화웨이, 샤오미와 애플의 점유율 성장 그래프가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것에 주목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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