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100년의 세월을 넘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섰다.  

사실 전기차는 자동차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자동차 산업 태동기에는 가솔린차와 팽팽한 경쟁을 하기도 했지만, 미국에서 값 싼 원유가 대량으로 추출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밀렸다.  

오일 쇼크, 테슬라라는 걸출한 기업의 등장 등 수많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가 쉽게 대중화되지 못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기존 엔진차가 연비 효율을 높이고 배출 가스량을 줄이면서 전기차 효용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90년대 이후 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클린 디젤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충전 등 인프라가 부족해 전기차 사용자의 편의성이 떨어지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태가 전기차가 다시 급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자동차 시장에서 게임의 룰 자체가 바뀌고 있다. 디젤차는 글로벌 규제 강화 속에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독일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신제품 라인을 강화하면서 순수 전기차 시장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전기차 산업 육성 의지는 확실하다. 기존 자동차에 대한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대규모 충전 인프라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전기차 시장을 앞당기고 있다. 테슬라와 BYD로 대표되는 자국 전기차 업체들이 자동차 시장에서 메이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디젤차 중심의 유럽 시장도 점차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로 무게 축을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기차 시대는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시대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휴대폰 시장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뀐 것처럼 실로 엄청난 변화다. 

위기와 기회는 항상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한다. 

전기차 시대에는 기계부품보다 전자 부품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면서 소재부품 후방 산업에서 상당한 기술과 경험을 축적했다. 스마트폰 소재부품 기술을 개량한다면 전기차 소재부품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LG화학, 삼성SDI 등 중대형 배터리 업체뿐 아니라 LG이노텍, 엠씨넥스, 대덕GDS 등 전장 부품 업체들도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기업들이다. 지금과 같은 보수적인 문화로는 전기차 시장에서 생존하기 쉽지 않다.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고 과감한 혁신을 해야 한다. 

폴크스바겐 사태에서 보듯 세계 시장을 장악한 기업이 무너지는데 필요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 기업이 노키아, 모토로라, GM, HP 등 실패한 기업들의 전철을 밟아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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